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고문 끝에 사형이 집행된 고(故) 강을성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사과했고,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은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 10월 29일 재판부에 무죄를 구형하면서 피고인과 유족에게 사과와 위로를 전했다”며 “검찰 구형에 따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만큼 본건 재심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기록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수사관들에게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나 이로부터 파생된 2차적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원칙적으로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 검찰 측이 제시한 공소사실과 주장에 대해서도 정황증거나 기초 사실에 관한 증거에 불과해 유죄를 입증할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형 집행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피해와 유족의 고통에 대해서도 공개 사과했다. 재판부는 “개인적 소회에 불과하다”라고 전제한 뒤 “비록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과거 사법부가 당시 이념 대결과 국가 안위라는 명분에 치우쳐 한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지키는 데 무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의 잣대가 진실을 가리고 공포가 지배하던 시절에도 사법부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어야 했다”며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사정이나 위법한 수사를 외면한 채 돌이킬 수 없는 형을 선고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족을 향해 “긴 세월 오해 속에서 차가운 시선을 견뎌온 고통을 위로한다”며 “오류를 범한 사법기관의 일원으로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국가 권력이나 시대의 편견에 휩쓸려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도록 경계하겠다”고 다짐했다.
방청석의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두 손을 모았다. 맏딸 강진옥씨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앞서 유족은 지난해 7월 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검찰 측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절차적 진실이 원심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 후 강씨는 “서른아홉에 다섯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던 어머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아버지가 단두대에 섰을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이 저릴 정도로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 아버지의 삶이 재조명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억울함을 푸시고 더 좋은 세상에서 큰일 하시길 기도한다”고 했다.
막내아들 강원택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시작한 재심이 오늘에 이르렀다”며 “아버지가 사회와 종교를 위해 헌신한 기록을 찾아 여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이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유족들을 위해 직권 재심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족이 나서지 않는다고 방치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느냐”며 “민간에서 개별적으로 수소문하지 않는 한 재심 신청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민주수호동지회를 결성해 활동한 재일교포 진두현씨와 국내 활동가 박석주씨, 김태열씨, 군인 강을성씨 등이 보안사령부에 연행돼 고문을 받은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은 고문으로 얻은 진술을 근거로 이들을 통혁당 재건을 기도한 간첩단으로 발표했다. 형사소송법상 강압적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지만 이들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강씨는 1976년, 김씨는 1982년 각각 처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