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에스파 등 아이돌 명칭·초상 무단 사용…불법 굿즈 첫 '시정명령'

아이브 등 아이돌 초상 무단 사용
부정경쟁방지법 인격표지권 침해
허락 없는 상업 이용은 손배 책임

 

K-POP 인기에 편승해 인기 아이돌의 이름과 초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상품 판매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단속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유명인의 성명이나 이미지를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인격표지권 침해에 해당해 행정 제재와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 세븐틴·보이넥스트도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스파·아이브·라이즈 등의 명칭과 초상을 무단 사용해 굿즈를 제작·판매한 4개 업체가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식재산처는 세종·시흥·부천·김해 등 오프라인 판매처와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해당 업체들은 6개 아이돌 그룹 소속 아티스트 41명의 예명과 이미지를 무단 사용한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4월 피해자 측에 침해 행위 중단을 약속했지만 이후에도 판매를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상품은 포토카드, 학생증형 카드, 스티커 등 5종이며 동일 디자인의 중복 재고를 포함하면 전체 유통 규모는 수천 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는 인격표지권 침해 행위에 대해 내려진 첫 시정명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타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타인의 성명·초상·음성·서명 등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방식으로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2022년 6월 법 개정으로 인격표지권 침해가 부정경쟁행위 유형에 포함되면서 행정조사를 통한 시정명령, 민사상 손해배상, 판매 금지 청구 등이 가능해졌다.

 

법원 역시 유명인의 이름이나 이미지를 무단으로 상업적 홍보에 이용한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했다. 2024년 서울중앙지법은 광고·섭외 에이전시 운영자가 회사 홈페이지에 유명 배우들의 이름과 사진을 약 2주간 게시한 사건에서 이를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배우들의 이름과 사진이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성명과 초상”에 해당하며 허락 없이 영업 홍보에 사용한 행위는 매니지먼트사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또 2023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배우의 이름과 사진을 김치와 생활용품 등 여러 제품의 온라인 광고에서 계약 범위를 넘어 사용한 사건에서 성명권과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인격표지권 규정이 2022년 6월 시행된 점을 고려해 시행 이후 기간의 일부 행위에 대해서만 부정경쟁행위 규정을 적용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아이돌이나 유명인의 이름과 이미지는 단순한 개인 정보가 아니라 상업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며 “허락 없이 굿즈 제작이나 광고 홍보에 활용할 경우 부정경쟁행위나 초상권 침해로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POP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티스트의 이름과 이미지가 중요한 경제적 자산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는 흐름”이라며 “굿즈 제작이나 마케팅에 활용하려면 반드시 권리자의 사용 허락이나 계약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