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스피싱 등 조직형 사기 범죄가 진화하면서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한 이른바 ‘자금세탁 조직’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임재남 부장판사)는 22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1340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A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공범 2명(20대)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추징금 1900만 원이 선고됐다. 또 다른 공범 1명(30대)에게는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자금세탁 범죄는 사기나 마약, 불법 도박 등 범죄로 얻은 돈의 출처를 숨기거나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금의 흐름을 바꾸거나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현행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수익의 취득이나 처분 사실을 숨기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자금세탁의 핵심 개념을 ‘가장’이라는 법리로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의 원인이나 귀속에 관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를 가장행위라고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도7881).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에서 자금세탁 조직은 핵심 역할을 한다.
2025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은 총책, 계좌 모집책, 자금세탁 그룹 등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며 “범죄수익을 신속히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면 범행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세탁 조직은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금세탁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포통장을 통한 계좌 이체나 현금 인출이 주된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세탁 방식이 늘고 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금을 대포통장으로 받은 뒤 이를 수표나 현금으로 인출한 뒤 코인 거래 업체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환전하는 방식 등을 사용한다. 이후 테더(USDT) 등 가상자산을 해외 전자지갑으로 전송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 활용된다.
법원은 이러한 자금세탁책의 역할을 단순한 보조 행위가 아니라 범죄의 완성을 위한 핵심 구조로 보고 있다. 피해금을 은닉하거나 해외로 이동시키지 못하면 범죄수익 자체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금세탁 가담자가 범행 전체 구조를 모두 알지 못했더라도 범죄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 거점에서 운영되면서 자금세탁 조직을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다”며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을 내세워 계좌 제공이나 가상자산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 자금세탁 범죄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이 통장이나 계좌 사용을 요구하거나 코인 거래를 대신해 달라고 하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제안을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