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단위 학력평가와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시험 관리 체계의 허점과 형사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부는 공무상비밀봉함개봉 및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 3명과 학원 강사 43명 등 총 4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전국연합학력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실시 전에 시험 문제와 정답이 담긴 봉투를 열어 외부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시험 전에 문제와 해설이 외부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교육청은 지난해 6월 실시된 2025학년도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고등학교 1학년 영어 영역 문제와 정답 해설이 시험 전에 학원 강사 등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교사 A씨와 학원 강사 B씨는 대학원 선후배 관계로 확인됐다.
이들은 학원 수업 자료 제작을 위해 시험 공개 전에 봉인된 문제지와 정답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2022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시도교육청이 봉인해 관리하던 시험 문답지를 개봉해 외부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2019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 14차례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문제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며 교사와 학원 강사 43명을 추가 입건했다.
일부 강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모임을 조직한 뒤 문제지를 미리 확보해 해설 자료를 제작하고 이를 학원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수능 모의평가의 경우 공식 해설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사전 해설을 제작·배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문제 제공 대가로 금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하는 행위는 사안에 따라 여러 형사 범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
고등교육법 제64조 제1항은 시험 문제가 공개되기 전에 시험 문제 전부 또는 일부를 유출하거나 유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전국연합학력평가나 수능 모의평가가 고등교육법상 ‘시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 적용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험의 법적 근거와 주관 기관의 성격에 따라 해당 조항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나 공무상비밀봉함개봉죄가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법원은 시험 문제지 박스를 공무원이 직무상 봉함한 비밀문서로 보고 권한 없는 개봉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실제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를 개봉해 학원에 전달한 사건에서 “시험 문제지 박스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봉함한 비밀문서에 해당하며 이를 권한 없이 개봉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봉함개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시험 운영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된다. 시험 문제 유출로 시험의 공정한 운영이나 평가 업무가 침해됐다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법원은 수능 모의평가 출제 관련 정보를 외부에 전달해 학원 강의에 활용한 사건에서 “시험 출제와 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평가기관의 업무를 위계로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모든 문제 유출이 곧바로 업무방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단순한 예상문제 제공이나 실제 시험에 출제되지 않은 문제의 사전 유출은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보아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선정해 수험생이나 교습자에게 제공한 행위만으로는 시험 실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출제위원이 문제를 시험 실시자에게 제출하기 전에 외부에 유출했더라도 그 문제가 실제 시험에 제출되지 않았다면 시험 실시 업무가 방해될 추상적 위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99도3487)
학원 강사 등 제3자의 형사 책임도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단순히 문제를 전달받는 수준을 넘어 강의나 홍보에 활용하는 등 기능적으로 결합했다면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이 인정될 수 있다.
일부 판결을 분석한 결과 문제 유출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강의 자료로 활용한 학원 강사에게도 업무방해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
금전적 대가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 성립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시험 문제 관리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계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