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를 종용한 변호사, 자격정지로 남은 한 사건의 기록

의뢰인 위한 변론이 ‘선’ 넘은 순간
동료 변호사로서 고발에 나선 이유
무고 교사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
자격정지 판결이 남긴 직업윤리 기준

 

나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했고, 학부 시절에는 학생회장을 맡았다. 여성인권위원회장과 등록금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제도 바깥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쉽게 묵살되는지도 가까이서 보았다.

 

이후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며 확신하게 됐다. 법이 가장 절실한 곳은 화려한 회의실이 아니라 언제나 가장 낮고 절박한 자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법조인이 된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세운 원칙은 분명하다.

 

법을 사람을 구하는 언어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변호사와 미스코리아 출신 파워 블로거 여성 간의 불륜 스캔들이 있었다. 사건 초반에는 불륜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강간치상 무고를 교사했다는 의혹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해당 여성은 과거 증권회사 임원 A씨와 술자리를 갖던 중 말다툼 끝에 술병에 머리를 맞아 전치 2주의 열상을 입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사람이 바로 문제의 변호사였다. 그러나 그는 의뢰인이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폭행으로는 합의금이 크지 않다”, “5억은 받아야지”라는 말을 하며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할 것을 종용했다.

 

당시 나는 동료 변호사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이 변호사를 무고 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사건을 설계하고 허위 고소를 유도해 합의금을 노렸다는 정황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였다.

 

만약 이러한 방식이 문제없이 넘어간다면, 이는 결국 불의한 돈을 노리는 이들에게 하나의 ‘전략’으로 학습될 가능성이 컸다. 더욱이 이는 동일한 변호사 직역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변호사라는 직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를 고발하지 않고 방치하는 일은 내게 용납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올바른 가치를 지키며 일하는 수많은 변호사들을 위해서라도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법의 틈을 이용해 부정한 이익을 취한다’는 오해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했다.

 

재판 절차는 길었다. 해당 변호사는 여성에게 A씨를 강간치상 등 혐의로 허위 고소하도록 종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항소와 상고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유예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이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총 4년의 자격정지를 받게 됐다. 판결이 확정됐을 때 나는 기뻐하지 않았다. 이런 기록이 확정판결로 남는 것 자체가 변호사 사회 전체로 보면 손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의 언어가 최소한의 경계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의미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관심을 받는 사건에서는 고발인에게도 반작용이 따른다.

 

나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해 무고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고발은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라 책임 있는 법적 주장이어야 한다. 고발인은 언제나 스스로가 틀렸을 가능성까지 감수하며 나서야 한다. 그 부담을 짊어질 각오가 없는 고발은 결국 제도 자체를 훼손한다. 

 

해당 변호사는 이후 별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으로 추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변호사법상 활동 제한 기간도 가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변호사 자격은 2030년까지 정지된 상태다. 씁쓸한 일이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한 개인의 선택이 한 직역 전체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사람들은 사건을 결과로만 정리하려 한다. 그러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해결이다.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는 명분이 허위 사실을 조작하고 불법적 경로로 변질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변호사의 직무 수행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악용이 된다.

 

그리고 그 선을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유튜브도, 언론도 아니다. 최종적인 판단은 언제나 법원의 몫이다. 법은 감정의 편을 들지 않고, 인기나 여론을 기준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느리고 때로는 답답해 보일지라도 그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

 

이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어떻게 잘나가던 한 사람이 몰락했는가’가 아니라, 법조인 스스로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