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결정 시 고려 사항과 절차상 유의점은?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1심 형사재판이 끝난 뒤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항소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형량이 많이 나와서 항소하는 것으로 확실히 결정했다면 차라리 고민이 없을 수 있겠으나“항소를 할지 말지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생각보다 자주 받곤 합니다. 또 “검사가 항소하면 형이 더 늘어날 수도 있나요?”와 같은 질문도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요. 오늘은 이처럼 ‘항소’와 관련된 질문들을 중심으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독자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막연한 불안을 정리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1심 판결을 받고 나니주변에서 “항소해라”, “상고까지 가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제 마음 한편으로는 빨리 재판을 끝내고 그냥 가석방을 노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고민이 됩니다. 제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1심 판결을 받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주변에서는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안에서는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도 없으니 더 힘들 것입니다.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 후 답변을 드리는 것이 맞겠으나 일단 급한 대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A. 일단 실형이 선고됐다면 저는 ‘그래도’ 항소를 해보시라고 권유드립니다. 1심 재판을 받고 나니 모든 기운이 다 빠져서, 본인으로 인해 고생하는 가족들을 보는 것이 힘들어서, 또 변호사 수임료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항소를 포기할까 고민하는 분들을 저도 자주 만나 뵙곤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면, 항소를 하지 않고 그대로 포기한 뒤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에, 7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기회가 영영 없어지는 것이니 나중에 항소 취하를 하더라도 일단은 항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권유드립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예측했던 것보다 형량이 너무 잘 나와서 고민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항소를 포기하려는 상황과는 다릅니다. 어차피 해도 더 줄어들 것 같지 않고, 현재 형량에도 만족스러우니 항소 여부를 놓고 망설이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인 요소를 고려해 봐야 하는데, 일단 항소를 제기해 미결 상태로 남아있으면 지금 계신 곳에 계속 있게 될 수도 있고, 노역을 안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형기가 비교적 짧아 가석방을 현실적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또 다른 선택을 고려해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Q. 저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여전히 억울한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항소해서 무죄를 주장하고 싶은데, 주변에서는 “지금도 결과가 잘 나왔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고 말립니다. 혹시 항소했다가 형이 더 세질까 봐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집행유예를 받고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형량을 얼마 받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죄가 없다는 걸 밝히는 게 중요한데 유죄로 판결받은 게 억울한 것이죠.

 

그러나 형사 재판을 받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리스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괜히 건드렸다가 더 나빠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형사소송법에는 ‘불이익변경금지’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즉 검사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질문자분의 항소심에서 ① 집행유예 결과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② 줄어들거나 ③ 무죄가 될 수는 있어도, 더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질문자분처럼 걱정이 되는 상황에서는 일단 검사가 항소하는지 추이를 좀 지켜보시다가, 마지막 날까지 항소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면 그때 접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을 권유드립니다. 물론 검사도 마지막 날에 항소장을 접수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100% 안전한 방법이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형량을 적지 않게 받았는데 검사가 항소까지 했습니다. 제발 부대항소만 뜨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 참 원망스럽네요. 가족들도 너무 불안해하고요. 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또 힘든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밤에 잠도 잘 안 옵니다.

 

A. 검사 항소 소식을 들은 날 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검사 항소”라는 말이 주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는 것을 저도 현장에서 계속 느끼고 있는데요.

 

실무에서는 보통 구형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형이 선고되면 검사 항소가 뜨곤 합니다(단 피해자와 합의를 많이 했다든지 좋게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면, 구형보다 훨씬 잘 나와도 항소를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문자분께서 걱정하시는 대로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항소심 법원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항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피고인이나 가족분들이 크게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다만 검사가 항소했다고 해서 무조건 형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형이 정말로 너무 가벼운지를 다시 판단하여 결정합니다. 통계를 내보면 특별히 유, 무죄 판단이 잘못된 부분이 없는 경우에는 1심 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피고인이 추가 합의 등을 했다면 검사 항소와는 무관하게 감형될 가능성도 큽니다.

 

물론 나의 인생이 달린 일을 확률에 걸 수는 없으니 검사 항소가 뜬 이상 형량이 높아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만 하실 일은 아니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질문자분이 처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면 충분히 방어해낼 수 있다는 용기의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Q. 항소심에 가면 1심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전부 다시 해야 하나요? 증인도 또 나오고 조사도 다시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서류만 보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증인들을 다시 불러서 다퉈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A.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절차입니다. 사실관계, 법 적용, 양형 모두가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항소이유서에는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 “법을 잘못 적용했다”,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주장들이 함께 들어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을 1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재판하는 절차로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항소심은 1심 기록을 바탕으로, 다툼이 있는 쟁점을 중심으로 다시 심리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보자면 항소심에서는 증인 신청을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는 1심에서 나오지 않은 증인을 신청할 때도 그렇습니다. 하물며 1심에서 이미 나왔던 증인을 다시 신청하는 경우는 재판부에서 거의 받아들여 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꼭 다시 증인을 불러서 다퉈야 할 사정이 있다면,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거나 당시의 증인 신문이 잘못 진행된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명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은 1심 재판이 끝난 후 진행되는 항소 절차에 대해 기본적인 구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심이 끝났다고 해서 재판 전체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하는 선택 하나하나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남들이 항소해서’, 또는 ‘남들이 항소하지 말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심 진행 여부부터 차분히 따져보셔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억울하거나 답답한 상황,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묻기 어려웠던 문제들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편히 서신으로 질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독자분들의 사연과 질문을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경험을 녹여 하나씩 답해드리겠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