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명령은 ‘권고’ 아닌 법원 명령…불이행 시 집행유예 취소 가능

형법·보호관찰법에 규정된 ‘의무’

 

마약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0대 여성이 법원이 부과한 수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실형을 살게 됐다.

 

27일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에 따르면 수강명령 대상자인 20대 여성 A씨에 대해 제기한 집행유예 취소 신청이 최근 인천지방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A씨는 지난해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재범 방지를 위한 조치로 40시간의 수강명령을 함께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정해진 기간 동안 교육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수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보호관찰소는 관련 조사와 진술조서 등을 토대로 집행유예 취소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용해 유예됐던 징역 4개월을 실제로 집행하도록 결정했다.

 

집행유예와 함께 부과되는 수강명령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원이 정한 준수사항이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집행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

 

형법 제62조의2 제1항은 집행유예 선고 시 법원이 보호관찰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강명령의 시간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200시간 범위에서 정해지며 실제 집행과 관리 업무는 보호관찰소가 맡는다.

 

특히 마약류 범죄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약물 중독 예방이나 치료 목적의 교육 프로그램이 수강명령 형태로 부과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집행유예 취소 여부는 명령 위반 사실이 인정되는지,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취소 결정이 필요한지,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대법원은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한 경우 그 위반 사실이 동시에 범죄행위가 되더라도 별도의 형사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집행유예 취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99모33)

 

다만 집행유예 취소는 자유형 집행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조치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사회봉사나 수강명령의 목적을 더 이상 달성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경우 집행유예 취소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제시한 바 있다.

 

집행유예 취소 절차는 통상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으로 시작된다. 보호관찰소가 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면 검찰에 취소 신청을 하고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 집행유예 취소를 청구한다. 이후 법원은 취소 청구서 부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고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한 뒤 심리를 거쳐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대법원도 “집행유예 취소 사건에서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과 증거 제출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선고 2023모1007)

 

인천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형 집행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민의 박세희 변호사는 “수강명령은 집행유예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준수사항”이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이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집행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