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불법 대출' 전 메리츠증권 임원 징역 8년 선고

내부 정보로 가족 부동산회사 운영
대출알선한 전 직원도 나란히 실형
法 “범행 주도, 죄질·죄책 무거워”

 

증권사 재직 시절 알게 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대출 알선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메리츠증권 전 임직원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수재·증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메리츠증권 상무보 박모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같은 사건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 김모씨와 이모씨에게도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벌금 5억 원과 추징금 4억6178만여 원을, 이씨에게는 벌금 4억 원과 추징금 3억8863만여 원을 각각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증권사 재직 당시 직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약 100억 원 규모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씨가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사들였으며 자금 조달 과정에서는 증권사가 대출을 중개한 것처럼 꾸며 금융기관 대출을 받도록 알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부동산 매매로 얻은 이익 가운데 일부를 대출 알선 과정에 관여한 직원들에게 수억 원씩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증권사 임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와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4조는 금융투자업자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 가운데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할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가 적용된다. 이 법은 수수액이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수수액의 2배에서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다.

 

대법원도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품수수 범죄에 대해 엄격한 판단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금융회사 업무가 국민경제와 금융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적 성격을 지니는 만큼 임직원의 금품수수 행위는 금융기관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99도4942).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김씨와 이씨의 상급자로서 범행을 사실상 주도했고 범죄로 얻은 경제적 이익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교류 차단 대상에 해당하는 자본시장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까지 저질렀다”며 “범행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와 이씨에 대해서는 일부 정상 참작 사유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상급자인 박씨의 요구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측면이 있고 실제 취득한 이익도 박씨가 얻은 경제적 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금융회사 임직원의 청렴성과 직무 수행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한 범죄이며 금융시장 거래 질서를 교란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 이후 일각에서는 “수십억 원대 이익을 얻었는데도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언론에서 표현되는 ‘수백억 원대 범죄’와 실제 형량 산정 기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형사재판에서 형량은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총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각 죄명별로 특정된 수수액이나 이익액을 기준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컨데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는 이익액 또는 손실 회피액이 기준이 되고 금융회사 임직원 수재 사건에서는 실제로 수수한 금품 규모가 양형 판단의 기준이 된다. 또한 이들 범죄는 징역형 외에도 수수액 또는 이익액의 배수에 해당하는 벌금과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추징이 함께 선고되는 구조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8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기획 검사에서 이들이 수십억 원대 이익을 얻은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2024년 5월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 필요성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