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누군가로부터 초대받은 수상한 텔레그램…수익 인증 넘치는 ‘불법 리딩방’ 주의보

수익 미끼로 신뢰 쌓아 투자 유도
해외조직 연루도…피해액 7천억원
자본시장법상 ‘손실 보전’은 무효

 

“성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흐름 이어가세요.”

“타이밍 너무 좋아요. 꾸준히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고수익을 내세운 투자 단체 채팅방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외형상 자유로운 정보 공유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 주식 리딩방과 유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제보자에 따르면 참가자 835명이 모인 한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는 특정 인물을 ‘프로’, ‘전문가’로 지칭하며 투자 성과를 치켜세우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게시됐다.

 

제보자는 “유사한 표현의 축하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이미 수익성이 검증된 투자처인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채팅방에는 “이번 수익률 축하한다”, “타이밍이 너무 좋다”, “꾸준히 안내해줘서 감사하다”는 등의 메시지가 다수 올라왔다.

 

전문가의 판단이 이미 검증됐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이 반복되면서, 새로 유입된 참여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일부 계정은 자신의 거래내역 조회 화면을 캡처해 수익을 인증하기도 했다. 한 계정은 감사 문구를 손글씨로 적은 종이를 함께 촬영해 게시하며 “다른 사람들의 수익 인증을 보고 특정 종목에 참여했다. 기간도 짧았지만 수익이 상당히 좋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주식 리딩방 관련 사기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투자 리딩방 관련 사건은 8104건 접수됐고, 피해액은 7104억원에 달했다.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투자 리딩방 사기, 노쇼 사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 범죄의 검거율은 54.9%에 그쳤다. 계좌 제공자 등 단순 가담자만 검거된 사례를 제외하면, 실제 조직 검거율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서는 투자 리딩방 사기가 해외 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범행이 동남아 등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더라도 혐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미제로 남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다수의 수익 인증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앱 화면상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해 보여주고, 이후 추가 입금이나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도 해외 거점을 둔 조직형 리딩방 사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중국인과 한국인 등 조직원 약 500명이 상주하며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한 온라인 리딩방 사기를 준비 중인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직은 일정 기간 안부 인사와 주식 시황 정보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은 뒤, 가짜 투자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해 투자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55조 및 제101조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전을 받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손실 보전’이나 ‘이익 보장’을 약속하는 약정 역시 법적 효력이 없다.

 

불법 리딩방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신속한 신고가 필요하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투자 조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 피해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주식 리딩방 이용 계약 해지를 요구했음에도 이용료 환불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등 계약 관련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여러 계정이 수익을 인증하며 신뢰를 형성한 뒤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유인 수법”이라며 “텔레그램 등 메신저 기반 리딩방 상당수는 법적 보호 범위를 벗어난 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처가 불분명한 SNS나 채팅방 초대를 받았을 경우 즉시 차단해야 하며, 불법 리딩방에 참여하거나 금전을 송금해서는 안 된다”며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지체 없이 신고하는 것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