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CCTV에 촬영된 주민 영상이라 하더라도 범죄 피해자가 고소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식상 개인정보 제공에 해당하더라도 범죄 수사라는 공익을 위한 행위라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다.
광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에 대해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벌금 50만 원의 선고유예를 내렸지만, 항소심은 CCTV 영상 제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민이 촬영된 아파트 CCTV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경찰에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얼굴이나 행동이 식별 가능한 영상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원칙적으로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특정이 가능한 정보”라며 개인정보성을 인정했고 “피고인이 이미 피고소인을 알고 있었던 점을 보면 CCTV 제출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CCTV 영상 제공이 형법 제20조가 규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법률상 위법해 보이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CCTV는 보안과 범죄 예방 등의 목적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설치한 것"이라며 "따라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모습이 녹화될 수 있고, 관리사무소 내 범죄가 발생하게 된다면 녹화 영상이 증거로 제출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침해를 받은 사람은 누구라도 수사기관에 고소할 수 있고, 고소장에 피고소인에 관한 일정 부분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영상이 수사기관 이외엔 제공되지 않았고, 수사기관도 이를 범죄수사의 용도로만 사용됐다"며 증거자료 제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원심이 근거로 든 '수사기관을 통한 증거물 확보'에 대해 "수사의 단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범죄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가 범죄자의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출될 수 없다면 상당수의 사건에서 수사 개시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개인정보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사정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국가의 수사권·형벌권 행사를 통한 법익보호, 질서유지라는 공익을 비교하면 정당행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민의 박세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곧바로 범죄 수사를 봉쇄하는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며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한정해, 수사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CCTV 영상을 제출한 경우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판결이 CCTV 영상의 무분별한 제공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출 경위와 목적, 제공 범위, 외부 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개별 사안마다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