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법정 피고인석에 고정형 필기구 필요…방어권 보장”

방어권 행사 못했다며 진정 제기
수용자 방어권 침해 진정은 기각

 

피고인의 원활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피고인석에 부드러운 필기구를 고정형으로 비치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2일 인권위는 지난달 5일 법원행정처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A구치소에 수용 중인 B씨는 법원 재판에 출석할 때 볼펜 지참이 제한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구치소 측은 수용자가 필기구를 이용해 판사나 변호인, 교도관 등을 폭행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물품 지참을 제한하고 있으며, 실제로 필기구가 흉기로 사용된 사례가 많아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답변했다.

 

또 수용자가 재판정에서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볼펜 사용을 요청할 경우 교도관이 대여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따라 A구치소가 시설 안전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물품 지참을 제한한 것 자체만으로는 B씨의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92조는 수용자가 마약, 흉기, 독극물 등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A구치소의 조치가 법정 내 안전과 질서 확보, 생명과 신체 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수용자인 피고인이 법정에서 필기하는 행위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고 중요한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법정에서의 필기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수용자가 교도관을 통해 필기구를 빌려 사용하는 경우 교도관이 상시 이에 대비해야 하고, 교도관의 주관이 개입해 방어권 행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필기구 관리·회수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할 경우 필기구가 흉기로 사용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