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치가 없는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겠다고 하거나 돈을 갚지 못하면 완공 후 주택 한 호실을 넘기겠다고 약속한 뒤 거액을 빌리고도 변제하지 못하면 형사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김기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들 B(34)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A씨는 건설업체 사내이사로 근무했고, B씨는 같은 회사 직원이자 주주로 파주시와 고양시에 토지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세대주택 신축·분양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파주 사업은 군과의 협의 문제로 지연됐고, 고양 사업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중단됐다.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A씨의 신용등급은 2019년 6등급에서 2021년 8등급으로 떨어졌고, 2022년까지 누적 채무는 약 112억 원으로 불어났다. 사채까지 동원하면서 월 이자 부담만 5000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이런 자금 사정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피해자 C씨에게 “파주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6개월 뒤 원금을 상환하겠다”, “월 3%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설명하며 돈을 빌렸다. 상환이 어려우면 다세대주택 완공 후 1개 호실을 넘기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그러나 문제의 토지에는 이미 거액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8억6000여만원을 빌려줬지만, A씨 부자는 변제하지 못했다. 건물은 자금난 끝에 경매로 넘어갔다.
“돌려막기식 진행”…상환 불능 위험 숨기면 ‘기망’ 판단
피고인 측은 재판에서 “분양대금으로 차용금을 갚을 계획이었고, 외부 사정으로 사업이 실패했을 뿐 편취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업 성공 가능성만을 높게 평가한 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성에 대한 대비 없이 ‘돌려막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그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피해자에게 차용금을 전혀 변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선순위 근저당이 과다해 담보력이 사실상 없는 토지임에도, 마치 유효한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점을 기망행위로 본 취지다.
‘근저당을 설정해 주겠다’는 말 자체가 형식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상대방이 기대하는 담보가치가 없다면 중요한 사실(담보력)을 숨긴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완공 후 1개 호실을 넘기겠다”는 약속 역시 당시 자금사정과 사업 진행 가능성을 종합할 때 이행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면, 단순한 사업 실패와 구별해 사기 성립의 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피해액 5억 넘으면 ‘특경법’…법정형 하한 ‘징역 3년’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허위 진술이나 은폐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재산을 교부받는 경우 성립한다.
이 사건은 피해금액이 8억6000여만원으로 ‘이득액 5억원 이상’ 구간에 해당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적용 대상이 됐고, 그에 따라 법정형이 가중돼 하한이 징역 3년으로 높아졌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겪었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차용금이 사업에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해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담보로 제시한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이 과다해 사실상 담보가치가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특히 사업 실패 가능성이 높고 상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으로 자금을 차용했다면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