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쳤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매장에 게시한 업주에게 항소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해당 행위가 단순한 ‘경각심 조치’를 넘어 아동에게 공개적 낙인을 찍은 명예훼손이자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이연경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무인점포 업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됐다는 사정만으로 피해 아동의 특정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해당 매장이 피해 아동의 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었고 또래 학생이나 주변인이 사진 속 인물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명예훼손죄는 이름이나 얼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주변 사정에 비춰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으면 성립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사진 아래에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라는 문구를 함께 게시한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실상 ‘절도한 아이’라는 평가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이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A씨 측이 주장한 ‘도난 예방 목적’이나 ‘공익성’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 신고, 보호자 연락, CCTV 영상의 수사기관 제출 등 덜 침해적인 방법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게시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은 사회상규상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 아동이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받은 이후에도 동일한 사진을 다시 게시한 점은 정당성 주장을 약화시키는 사정으로 작용했다.
아동학대 혐의와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해당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진 게시 이후 피해 아동이 주변으로부터 “너 아니냐”는 말을 듣고 불안을 호소했으며 적응장애 진단을 받는 등 실제로 정신 건강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명예훼손의 정도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행위의 정당성만을 주장할 뿐 아동이 입은 상처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인점포 운영 과정에서 겪은 현실적 고충, 사진에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무법이 청 곽준호 변호사는“해당 판결은 무인점포 운영자가 범죄 예방을 이유로 개인을 공개적으로 특정·낙인찍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특히 아동의 경우 형사책임 여부와 별개로 정서적 학대와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