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매주 1회 직접 접견하면서 구속된 피고인을 만난다. 화려한 광고를 보고 큰 로펌을 찾아갔는데 수임료를 낸 이후부터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지어 재판 때마다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정작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실제로 직접 구속된 피고인을 매주 만나다 보면 접견실에서만 발견되는 진실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논리는 바로 이 ‘접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건의 진짜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수사 기록에는 경찰과 검사의 시각으로 정리된 ‘사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 한 줄의 기록에 숨어 있던 모순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며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형사변호의 시작이다.
실제로 내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두 번째 접견 때 피고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죄 판결의 결정적 단서가 된 적이 있다. “그날 충격의 느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어요”라는 단순한 한마디가 검찰이 주장하는 뺑소니 사건에서 사고후 미조치의 불성립을 입증하는 열쇠가 되었다. 만약 내가 서류만 검토하고 접견을 게을리했다면 이 결정적 사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이렇게 변호인과 피고인의 접견은 상호 신뢰를 쌓는 유일한 통로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변호사는 바깥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창이다. 나는 접견실에서 수없이 목격해 왔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런 의지조차 없던 피고인이 변호인을 보며 조금씩 희망을 되찾는 모습을 말이다. 접견은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인간적 신뢰’를 만드는 과정임을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변호사가 접견실로 향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순간, 한 사람의 인생을 지킬 골든타임은 영영 사라질 수 있다. 접견 없는 변호는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형사재판은 전쟁과 같다. 그리고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경찰과 검사는 수사기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수집한다. 이 불균형한 싸움에서 변호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피고인과의 깊은 소통’이다.
사법시험 합격 후 법조인으로서 17년간 수천 번의 접견을 진행하며 나는 접견의 힘을 믿게 되었다. 그래서 내게는 나만의 접견 원칙이 있다. 대표 변호사인 내가 매주 직접 접견을 갈 것, 접견 변호사와 재판 변호사가 동일할 것, 접견 기록은 체계적으로 작성·관리할 것, 사건의 모든 진행에 대해 피고인의 가족과도 공유할 것 등이다.
이런 소통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검사가 제출한 CCTV 영상의 시간대가 실제 범행 시각과 어긋난다는 것, 목격자 진술에 나오는 현장 상황 묘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공범으로 지목된 사람과의 관계가 기록과 전혀 다르다는 것 등을 말이다.
이런 사실들은 아무리 뛰어난 변호사라도 서류만으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다. 반드시 피고인을 직접 만나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표정을 보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진실을 읽어내야만 한다.
한 강간 사건에서는 네 번째 접견에 이르러서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적도 있다. 피고인이 “그 시간에 제가 엄마에게 병원 다녀왔냐고 카톡을 보낸 것 같아요”라고 기억해 냈고, 그 카톡이 강간 사건 당시 성관계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최근의 캄보디아 로맨스 스캠 사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감금과 폭행으로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재판부에 설득해 좋은 판결을 끌어냈는데, 이 역시 피고인과의 지속적인 접견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였다.
즉 이 모든 것들은 접견실에 앉아 피고인을 진심으로 마주 보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변호사는 겉모습이 화려하기보다 내실이 단단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접견이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희망을 되살리는 치유의 시간임을 아는 변호사로서, 의뢰인들 곁에 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