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이 설정된 화물차를 정상 매물인 것처럼 속여 판매 대금을 받아 챙긴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일정 부분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형사1단독(김현준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며 선고 당일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 강원 원주시 한 주차장에서 피해자 B씨에게 화물차를 1억5000만 원에 매도하겠다고 제안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같은 금액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문제의 차량에는 약 4900만 원 상당의 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지만,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저당권이 설정된 차량을 매도하면서 그 존재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 형법상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재산상 거래관계에서 신의성실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소극적 행위 모두가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는 사람이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이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자동차관리법 역시 매매 과정에서의 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8조 제1항은 자동차매매업자가 매도 또는 매매 알선을 하는 경우, 계약 체결 전 매수인에게 일정 사항을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항목에는 압류 및 저당권 등록 여부가 포함돼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거래 당시 저당권 존재를 알렸고 피해자도 근저당이 있는 것을 알고 대급을 지급했다”며 “경제적 사정으로 저당권 말소를 못했을뿐, 고의적 편취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금 사용 내역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중도금으로 받은 4800만 원 가운데 대부분을 코인 거래 계좌로 이체했고, 잔금 1억 원 역시 수령 직후 가상화폐 투자에 투입했다.
법원은 “차량 매도대금을 우선 저당권 정리에 사용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저당권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차량은 한때 경매 절차에 넘어갔고, 피해자는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채무를 대신 갚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형 과정에서는 일부 참작 사유도 반영됐다. A씨가 공소 제기 이후 피해자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한 점, 중한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형은 실형으로 정하되, 피해 회복의 여지를 두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