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내원 당일 수술’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수술 자체에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긴급하지 않은 수술을 진행해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설명의무를 위반한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안과를 처음 방문한 환자가 당일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시신경 손상으로 실명에 이른 사안이다. 다만 재판부는 수술 과정상의 과실이나 수술과 실명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 판단의 핵심은 수술 결과가 아니라 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됐는지 여부에 있었다.
재판부는 “백내장 수술은 응급성이 요구되는 의료행위가 아님에도 첫 방문 당일 수술이 이뤄진 점은 환자가 치료 방법과 위험성을 비교·검토할 기회를 제한한 것”이라며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은 기존 판례 흐름과도 부합한다. 의료법은 수술 등 중대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성과 방법,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제24조의2).
대법원 역시 설명의무와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은 의료진이 입증해야 하며, 수술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환자가 선택 기회를 상실한 경우 위자료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재판부는 특히 환자가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