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병 하나 놓인 제단…울산 네 남매와 아버지의 마지막 길

어머니 수감 뒤 홀로 양육…끝내 비극으로

 

울산에서 생활고를 겪다 숨진 30대 가장과 미성년 자녀 4명의 발인이 22일 엄수됐다. 어머니 수감 이후 홀로 자녀를 돌보던 가장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비극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울산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은 유족 몇 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운구 행렬 맨 앞에는 네 남매의 혼백함이 먼저 놓였고, 그 뒤를 아버지의 관이 따랐다.

 

금전 관련 범죄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어머니 A씨는 장례를 위해 일시 석방돼 상복 차림으로 행렬을 뒤따랐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장례 기간 빈소 역시 적막한 분위기였다. 조문객은 거의 없었고 근조 화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정사진에는 아버지가 막내를 품에 안고, 세 자매가 나란히 선 채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제단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일과 젖병,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커피 등이 놓였다.

 

A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하늘에서는 배고픔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울주군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B씨와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 이들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수감 이후 홀로 양육을 맡은 B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제도 부재라기보다 ‘작동 실패’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현행 긴급복지지원법은 주소득자가 구금시설에 수용돼 소득을 상실한 경우를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이 보호자 수감으로 가구의 생계가 급격히 어려워진 경우 역시 공적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른 위기가족 긴급지원 제도도 지자체가 방문 조사와 긴급 지원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심의 이전에도 우선 지원이 가능하다. 아동복지법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과 가정을 지원할 책임을 명시하고 있어, 생활고로 양육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공적 개입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한 것은 위기 가구를 사전에 발견하고 연계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감자 가족은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행정기관 역시 위기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하면 개입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교정시설 내 가족 지원 프로그램과 지자체 복지·아동 보호 체계 간 연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수감자의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결국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위기 상황 발굴과 현장 확인, 복지 연계가 이어지지 않으면 보호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도 최근 이뤄졌다.

 

국회는 ‘수용자 자녀 보호 3법’을 통과시키고, 피의자 체포·구속 단계에서 자녀 유무와 보호 필요성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을 도입했다. 교정시설 입소 시에도 자녀 양육 환경을 조사해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지원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울산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신청을 기다리는 복지’에서 벗어나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기 신호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즉각적인 복지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울산 사건과 같은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