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따다가 추락 골절상...지시한 관리소장 ‘무죄’ 왜?

발로 가지 디딘 것은 피해자 판단
‘추락 위험’은 통상 고층 작업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이용해 감을 따다 추락해 골절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된 관리소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심동영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2023년 10월 아파트 직원으로 근무하던 60대 피해자 등에게 별도의 안전조치 없이 화단의 감나무에서 감을 따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피해자는 작업 발판이나 안전대 없이 나뭇가지 등을 밟고 감을 땄고, 가지가 부러지며 4m 아래로 추락해 경추 골절 등 전치 29주의 부상을 입었다.

 

검찰 측은 “A씨와 관리업체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동식 사다리를 높이·작업 난이도와 관계없이 ‘추락 위험 장소’로 본다면, 비교적 낮은 높이에서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사업주에게 엄격하게 규정된 장치 등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게 되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작업 전 안전모 착용 등 안전교육을 실시한 점, 사다리와 고지 가위 등 장비를 제공한 점, 감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 위를 딛고 작업을 한 것은 피해자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업무상과실치상은 업무에서 요구되는 규칙 준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성립한다. 이때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해당 위반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사업주에게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추락 위험 장소’의 범위와 안전조치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유사한 판례도 존재한다. 2014년 울산지방법원은 “이동식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하는 경우까지 추락방지 조치를 할 법률상 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추락 위험 장소’의 안전조치 의무를 구체화한 규정은 주로 건설현장 등 고층 작업을 전제로 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1.5m 이동식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이를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사업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안전조치 의무가 존재했는지와 그 위반이 사고로 이어졌는지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장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작업 환경에 대한 사전 점검과 안전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낮은 높이의 작업이라 하더라도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