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소원 300건’ 청구인 전자접수 제한...'남소' 특단책 절실

9명이 1만여 건 중 34.4% 청구
통계 왜곡·사법 행정력 낭비 초래

 

헌법재판소가 1년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300건 이상 제기한 청구인들의 온라인 접수를 일시 정지했다. 특정 개인이 수백 건의 청구를 남발하는 ‘묻지마 청구’가 전체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청구인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3개월간 헌법소원 전자접수 시스템 사용을 정지했다.

 

헌법소원 남용 시 전자접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2022년 9월 마련됐으며, 이번 조치는 해당 규정이 처음 적용된 사례다.

 

A씨는 “경찰이 불법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감금했다”는 취지로 지난해에만 308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B씨 역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법원 판결과 재심·항고 기각 결정 등을 대상으로 312건의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두 사람의 청구 600여 건을 모두 각하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이를 구제받기 위한 제도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이른바 ‘남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재는 한 사람이 연간 50건 이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남소로 분류한다.

 

실제로 2022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헌법소원 1만2347건 가운데 34.4%인 4247건이 단 9명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복 청구는 헌재 업무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헌법재판 평균 처리 기간은 2019년 1년 5개월에서 2023년 2년 3개월로 늘었고, 미제 사건도 같은 기간 1113건에서 1604건으로 증가했다. 헌재는 남소가 지속될 경우 통계 왜곡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소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전자접수 제한 제도는 권리 남용이나 절차 지연 목적이 인정될 경우 사무처장이 전자헌법재판시스템 이용을 일시 정지하거나 말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전자접수만 제한될 뿐 방문이나 우편 제출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A씨도 전자접수 제한 이후 우편으로 헌법소원 2건을 추가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구 과정에서 허위 신고나 모욕, 법정질서 문란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개별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헌법소원을 다수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송 남소 방지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의뢰한 상태”라며 “인지대 부과나 과태료 도입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