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사법률>을 구독하고 계신 독자들로부터 마약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변호사님, 제 사건은 마약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다. 특히 마약의 무게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 연루된 이들일수록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수사기록에 적힌 수치, 압수조서에 기재된 무게, 감정서에 등장하는 숫자 하나만을 보고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고 체념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마약 사건을 오랜 시간 다뤄온 실무자의 입장 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마약 사건은 숫자 하나만으로는 절대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상당 기간 마약 사건을 전담해 왔고, 마약 분야 공인전문검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관련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약 사건은 여전히 주요 한 필자의 업무 영역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마약 사건에서 핵심은 ‘얼마나 많은 양이 나왔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무게가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산출됐는지, 그리고 그 수치가 피의자의 실제 행위와 어
Q. 안녕하세요. 저는 지병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 사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사정상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재판을 진행해 왔습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와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느껴 제 사건이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어떻게 적용되는 사건인지 정확한 답을 알고자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제 사건은 2017년 3월 27일경 서울 마약수사대의 함정 수사로 단속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저는 마약수 사대로 임의동행했고, 현장에서 실시한 간이 시약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수사관은 제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압수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저는 별도의 구속 조치 없이 귀가했습니다. 그로부터 20일가량이 지난 시점에 마약수사대 형 사로부터 전화가 왔으나 이를 받지 않 았고, 이후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습 니다. 사건은 제 주소지 관할인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고, 검찰청 직원들이 여러 차례 제 주거지를 방문했으나 저는 체포에 대한 두려움으로 2017년부터 2024년 10월 14일까지 주소지를 피해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4년
형사사건을 맡다 보면, 때로는 의뢰인의 범행 그 자체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선택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선택 뒤에 어떤 감정적 굴곡과 삶의 균열이 있었는지가 더 깊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 있다. 이번 마약 사건 역시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의뢰인은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소규모 쇼핑몰을 꾸준히 운영하며 자신의 몫을 성실하게 다해온 사람이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상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살아왔지만, 그 겉모습 뒤에는 누구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내면의 부담과 고립된 감정이 오랜 시간 쌓여있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점점 심각해진 고부 갈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견 충돌 정도로 여겼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마음속 여유는 빠르게 사라졌다. 밤이면 잠을 청해도 쉽게 잠들지 못했고, 새벽까지 뒤척이기 일쑤였다. 불면이 이어지자 피로가 쌓이고, 탈모까지 진행되며 일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감정적 붕괴를 주변에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다. 가정 내 갈등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그저 ‘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는 몰랐어요.” 필자가 만난 의뢰인은 장애가 있는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이 만난 상대가 장애가 있는, 그것도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사건의 쟁점은 명확했다. ‘의뢰인이 피해자의 나이와 장애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는가.’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필자의 숙제였다. 처음 수사기관의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단순히 ‘성관계’를 했다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제강간’과 ‘성 착취물 제작’이라는 중대범죄가 함께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특히 장애인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법정형이 매우 높게 책정돼 있고, 사안의 특성상 조금만 대응이 늦거나 진술이 모호해도 구속의 가능성이 충분했다. 필자가 사건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세우는 일이었다. 성관계 사실 자체는 인정하더라도 그가 피해자의 장애나 연령을 정확히 인식했는지 여부, 그리고 ‘촬영’이라는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철저히 구분해서 따져보아야 했다. 특히 성 착취물 제작 혐의의 경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번 프로포폴 사건 또한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상습 투약’,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사정이 있었다. 의뢰인은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미용을 배우며 성실히 일하던 그는 불면과 불안, 우울에 시달리다 시술 과정에서 처음 수면마취제를 접했다. 그날 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그 약만 맞으면 잠을 잘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혔다. 처음엔 단 한 번이었지만, 어느새 병원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약물을 맞는 일이 습관처럼 이어졌다. 결국 1년 넘게 7곳의 병·의원에서 60회 이상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다. 마약류관리법은 향정신성의 약품의 상습 투약을 엄격히 처벌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프로포폴이 의학적 목적 이외로 사용될 경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단순 사용이라도 투약 동기와 경위, 사용 횟수에 따라 실형이 가능하다고 본다. 의뢰인의 경우 투약 횟수도 많고 기간도 길었기 때문에, 통상이라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필자는 다른 점에 주목했다. 그는 쾌락을 위해 약물을 사
Q1.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구속되어 재판 중이고 공범들은 분리되어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범들은 이미 1심이 끝났고 저도 곧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범 중 한 명이 같은 전과가 있음에도 일명 ‘바지’를 세워 재판을 받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제 곧 항소심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사정을 검사님께 공익 제보 형식으로 알리면 항소심에서 참작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1. 법원의 양형기준에서 우리가 흔히 공적이라고 말하는 수사 협조가 명시적으로 감경 양형 인자로 되어있는 범죄는 마약범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질문자께서 어떤 범죄로 재판 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마약범죄로 재판 중이라면 위 제보 부분은 재판부가 감경 요소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다른 범죄로 재판 중인 상황이라면, 위와 같은 제보가 반드시 감경 요소로 고려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공범들까지 포함된 전체 범죄사실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힌다는 의미에서 질문자 본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항소심에서 질문자에 대한 양형을 결정함에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참
Q. 안녕하세요. 신승우 변호사님께 문의드립니다. 저는 7,700만 원 공갈 혐의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 간의 단순 공갈 사건인데, 검찰청법에서는 경제·부패범죄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범죄의 정의는 ‘생산·분배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로 규정돼 있고, 검찰청법 시행령에는 ‘공갈’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개인 간의 공갈도 검찰이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A.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 중의 하나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들고 있고(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 이에 대한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검찰청법에서 말하는 경제범죄에 대하여 별표 2에 규정하고 있습니다(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 제2호). 위 별표 2를 보면 형법상 공갈죄(형법 제350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압수수색 관련해서 문의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더 시사법률 기사에서 강남 일대에서 불법 전단지를 배포하던 피의자들을 체포한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발견해 별건 수사 이후 성범죄로 기소했고, 1심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위법적으로 압수한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이 배제되어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는 내용을 봤습니다. 그런데 압수수색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는 법률가들이면 모를까, 저와 같은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 전세자금 작업대출 사건으로 인해 공범이 먼저 체포됐는데, 체포된 공범이 저에 대해 진술했습니다. 다음날 공범은 구속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저는 먼저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제가 풀려난 이의 공범인데 이렇게 된 거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한 달 뒤 경찰이 저희 집으로 와서 저를 체포해 갔습니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압수당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영장 발부 사유가 공소금액 1억 원짜리 한 건에 대한 것이었고, 저는 그 건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경찰이 제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와 휴대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