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기록을 검토하다 보면 유독 시선을 붙드는 대목이 있다. 여러 장의 서류 사이에 짧게 기재된 동종 전과 기록이다. 형식적인 문장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한 줄은 사건 전체의 해석 방향을 바꾼다. 재범 사건은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다. 범죄 사실에 앞서 ‘다시’라는 전제가 붙고, 그 순간부터 수사기관과 법원은 동일한 행위를 전혀 다른 무게로 받아들인다.
형사사건에서 재범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과거의 처벌에도 불구하고 다시 법의 테두리를 넘었기에, 개인의 행위뿐 아니라 태도와 변화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 대상이 된다. 그래서 재범 사건에서는 범죄 구성요건보다 먼저 ‘전력’이 판단의 배경으로 깔린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이 반복 범죄를 구조적으로 위험 신호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재범 사건의 특수성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한 차례 형사 절차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판단의 전제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왜 이번에는 달라야 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 설명되는지가 핵심이었다. 그 지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판단은 빠르게, 그리고 단정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재범 사건에서 수사와 재판은 설명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미 한 번 기회를 가졌다는 인식이 전제되면, 질문은 짧아지고 의심은 빨라진다.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의 태도와 반응은 ‘변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사건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변호사가 된 이후 재범 사건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지점에 멈춰 서있다. ‘이번 건은 크지 않다’거나 ‘예전 사건과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재범 사건에는 ‘이번만’이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은 언제나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지금의 행위는 이전 범행의 연장선에서 해석되고, 그 흐름을 끊어냈다는 설명이 없다면 결과 역시 달라지기 어렵다.
그래서 재범 사건을 다룰 때는 범죄 사실 못지않게 그 이후의 시간을 살펴보게 된다. 이전 사건 이후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무엇을 정리했고 무엇을 미뤄두었는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설명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주장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재범 피의자를 접하다 보면 태도는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아예 말을 아끼는 경우, 혹은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려는 경우다. 전자는 성의 없는 태도로 기록되기 쉽고, 후자는 변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검사 시절 재범 피의자를 보며 가장 자주 느꼈던 것도 결국 말보다 태도였다.
이미 한 번 겪어봤다는 익숙함, 혹은 결과를 예상한 체념 같은 미묘한 결이 조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남고, 결국 판단의 근거가 된다. 재범 사건은 후회만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반성문이 많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법원은 단순한 주장보다 흐름을 본다.
그 사람이 어디에서 멈췄고, 그 이후 어디까지 바뀌었는지를 본다.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과정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재범 사건의 변호는 항변보다 정리에 가깝다. 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번에는 어디까지 정리할 수 있는지를 사실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재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능성이 닫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준비 없이 마주하면 가장 불리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인식은 검사였을 때나 변호사가 된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재범 사건은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더 차분하게, 더 구체적으로. 그것이 재범 사건을 대하는 형사사법의 현실이고, 동시에 최대의 방어가 가능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