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1회 직접 접견하면서 구속된 피고인을 만난다. 화려한 광고를 보고 큰 로펌을 찾아갔는데 수임료를 낸 이후부터는 구치소에서 변호사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지어 재판 때마다 변호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정작 피고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도 벌어지곤 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실제로 직접 구속된 피고인을 매주 만나다 보면 접견실에서만 발견되는 진실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와 논리는 바로 이 ‘접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고 해도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건의 진짜 핵심을 놓칠 수밖에 없다. 수사 기록에는 경찰과 검사의 시각으로 정리된 ‘사실’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접견실에서 피고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 한 줄의 기록에 숨어 있던 모순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며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형사변호의 시작이다. 실제로 내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는 두 번째 접견 때 피고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죄 판결의
경찰에서 사이버·성폭력 수사를 하던 시절,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된 피의자들이 비슷하게 하는 말이 있었다. “한 번 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는 단 한 번의 전송이 곧바로 복제·재유포로 번지고, 피해자는 생활과 관계, 직장까지 무너진다. 단순한 ‘한 번’이라는 표현이 현실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확산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피의자들이 구속되는 전형은 이렇다. 연인 관계에서 촬영된 영상이나 노출 사진을 다툼·이별 뒤 보복 심리로 메신저 단톡방에 뿌리거나, 텔레그램·커뮤니티에 올린 뒤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수사 단계에서는 휴대전화 포렌식, 클라우드·백업, 전송기록과 링크 공유 흔적이 남고, 피해자가 특정되며 2차 피해가 현실화되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구속영장이 청구·발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벌 규정은 생각보다 촘촘하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하는 것 자체가 처벌 대상이고, 더 무거운 쟁점은 ‘반포 등(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한 전시·상영)’이다.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더라도 사후에 상대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동일하게 처벌된다. 법정형
형사사건에서 ‘구속’은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국가형벌권 실현을 위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처분이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구속을 원칙이 아니라 예외로 두고 있으며,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판단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구속적부심사와 보석이다. 이 두 제도는 모두 구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청구(신청) 시기와 판단 기준은 분명히 다르며, 무분별하게 신청하여 기대만 키웠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법원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기존 판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구속적부심사는 법원이 구속의 적법 여부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절차다. 최초 구속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에 더하여 구속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포함하여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여전히 있는지를 판단한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된 피의자,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가족, 동거인 또는 고용주가 청구할 수 있다. 공소제기 전까지 청구 가능하며, 수사 방해 목적 등이 없는 경우 청구서 접수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심문이 진행된다. 구속적부심사에서 법
“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같은 제복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들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음에도, 각종 복지와 예우 제도에서 교도관은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제복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면,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포함되어 있으나 교도관은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호국원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마저도 같은 제복공무원인 교도관들의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외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교도관 개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퇴직 교도관 역시 호국원에 안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안장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는 교도관 전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 직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정당한 존중을 받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를 되찾기 위함이다. 교도관의 업무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감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도관들은 어떤 죄명으로 수용되었든 수용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운동시간과 종교집회 참가 등을 철저히
형사재판에서 피해 규모는 양형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전기통신금융사기처럼 피해자가 수십 명에 이르고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건에서는 그 피해의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다수 피해자에게 장기간에 걸쳐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남긴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는 처벌과 함께 피해 회복 여부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된다. 이는 처벌의 목적이 단순한 응징에 그치지 않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액이 큰 사건일수록 모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피해자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받지 못한 채 재판이 종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일부 피해자와의 합의나 부분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양형 판단의 하나의 요소일 뿐, 범죄 자체의 책임을 줄이거나 피해의 중대성을 상쇄하는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잘못된 한 번의 판단은 이후의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특히 전력이 있는 행위가 또다시 반복되었을 경우 이후의 선택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술기운이 남아있던 저녁, 경찰의 정차 신호 앞에서 그 기로에 서게 됐다. 그에게는 이미 두 차례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감에 중대한 판단 착오에 빠져든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나의 실수가 연쇄적인 오판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더 큰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흔히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것이 수사기록상에 남게 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의뢰인처럼 반복 전과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운전, 여기에 사문서위조까지 더해져 의
경찰 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다르게 적혀있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리하게 요약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기억력이나 말솜씨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 경찰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현재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팁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진술한 그대로’가 아니라 ‘수사관이 이해하고 정리한 문장’이 기재된다. 많은 피의자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경찰들은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곧 수사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한다는 의미다. 진술 전후의 맥락은 사라지고 결론만 남는다. 모든 경찰 조사에서는 이 사실을 유념한 채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이 긴박했고, 상대방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바람에
“정말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집행유예는 가능할까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수용시설의 벽 앞에 선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었을 뿐이고, 통장 하나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사건의 전모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서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형 재산범죄 사건의 항소심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분명히 확인한 사실이 있다. 같은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원심의 형을 그대로 감내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반복 절차가 아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의 항소심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마지막 절차에 가깝다. 전략은 판결 이후가 아니라 수감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첫째, 자신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가 항소심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심 판결이 피고인의 가담 정도나 범행 내
수년 전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다른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보고서’를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변호사가 검토 과정에서 남긴 “유죄로 보인다”는 의견이 담겨있었고, 검사는 이를 근거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려 했다. 필자는 즉각 반박했다. “변호사가 무죄 의견서를 썼다면 무조건 무죄를 줄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로펌의 내부 의견이 유죄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헌법상 방어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이 문제의식을 공감하며 검사에게 즉각적인 증거 철회를 요청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당시 법정에서 “이런 식이라면 수사는 왜 하나, 차라리 변호사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면, 지난 2026년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비밀유지권 도입은 분명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동안 우리 법제에는 변호사가 상담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만 있을 뿐, 국가의 강제 수사로부터 의뢰인과의 상담 자료를 지켜낼 권리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