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보이스피싱 사건 항소심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억울함만으로 판결은 바뀌지 않는다
말단 가담은 재평가의 대상 될 수도
피해 회복은 핵심적인 판단 요소 돼
항소심은 미래에 대한 법원의 기대

 

 “정말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집행유예는 가능할까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수용시설의 벽 앞에 선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었을 뿐이고, 통장 하나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사건의 전모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서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형 재산범죄 사건의 항소심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분명히 확인한 사실이 있다. 같은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원심의 형을 그대로 감내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반복 절차가 아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의 항소심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마지막 절차에 가깝다. 전략은 판결 이후가 아니라 수감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첫째, 자신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가 항소심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심 판결이 피고인의 가담 정도나 범행 내 역할을 실제보다 중하게 평가했다면, 그 판단의 논리적 근거는 정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기조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담자가 조직의 핵심 구성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메신저 지시에 따라 단순히 자금을 수거하거나 전달한 역할에 그쳤음에도 범죄단체가입죄까지 적용되어 중한 형이 선고되었다면, 항소심은 이를 법리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단계다.

 

기존 증거를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해 조직의 실체나 전모를 인식하기 어려운 말단적 지위에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야 한다.

 

둘째,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반성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재산범죄에서 양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피해 회복이다. 전액 변제가 어렵더라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일부라도 변제를 시도하고 사과와 합의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소액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가 반성이 형식적인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양형 자료가 된다.

 

셋째, 범죄와의 완전한 단절 의지와 현실적인 사회 복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사회로 복귀한 이후 다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중요하게 살핀다.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 상선이나 공범 검거에 기여하는 태도는 과거와의 단절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가족들의 탄원서와 함께 출소 이후 어떤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복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 돌아갈 공동체가 존재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회적 유대가 분명하다는 점이 확인될 때, 재판부는 피고인의 미래에 대해 다시 판단할 여지를 갖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일 수 있다. 항소심은 단순히 형량의 경중을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형벌의 목적을 다시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형벌이 응보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교정과 사회 복귀로 이어질 것인지는 결국 피고인의 태도와 준비에 달려있다.

 

사법부는 변화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책임을 감당하려는 사람에게까지 기회의 문을 닫아두지는 않는다. 아직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이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멈춤의 순간이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다.

 

1심의 판결이 과거에 대한 평가라면, 항소심의 판단은 미래에 대한 법원의 기대다.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식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람만이 결국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인생은 한 번의 판결로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