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비밀유지권 도입, 예외가 독소조항 되지 않으려면

‘변호사비밀유지권’ 도입의 의미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예외 조항의 과도한 추상성 문
제독소조항化 막을 해석 기준 필요

 

수년 전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에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다른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자문보고서’를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변호사가 검토 과정에서 남긴 “유죄로 보인다”는 의견이 담겨있었고, 검사는 이를 근거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려 했다. 필자는 즉각 반박했다.

 

“변호사가 무죄 의견서를 썼다면 무조건 무죄를 줄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로펌의 내부 의견이 유죄의 근거가 된다면 이는 헌법상 방어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이 문제의식을 공감하며 검사에게 즉각적인 증거 철회를 요청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당시 법정에서 “이런 식이라면 수사는 왜 하나, 차라리 변호사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면, 지난 2026년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비밀유지권 도입은 분명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동안 우리 법제에는 변호사가 상담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만 있을 뿐, 국가의 강제 수사로부터 의뢰인과의 상담 자료를 지켜낼 권리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다. 이번 개정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법률 상담, 의견서, 통신 내용 등이 보호의 대상임이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의뢰인이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아야 제대로 된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전제가 이제서야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셈이다. 그러나 환영만 하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새로 마련된 예외 조항들은 해석에 따라 이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첫째, 변호사와 의뢰인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거나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제1항 제1호)다. ‘범죄 계획’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예컨대 고소장 작성을 도와줬는데 결과적으로 무고로 판명될 경우, 수사기관이 변호사를 무고 교사 내지 방조로 일단 입건해 자료를 확보한 뒤 변호사는 무혐의 처리하고 의뢰인만 기소하는 식의 남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둘째, ‘의뢰인이 스스로 비밀 공개를 승낙한 경우’(제1항 제2호)다.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사임하여 법률적 조력이 단절된 상태의 의뢰인에게 수사기관이 회유나 설득을 통해 승낙을 받아낼 여지가 크다.

 

셋째, ‘증거인멸이나 범죄은닉 등 법적으로 공개가 불가피한 특수한 상황’(제1항 제3호)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범죄 수사에서 ‘증거인멸의 우려’는 전제 조건처럼 따라붙는다. 이 조항을 폭넓게 적용하면 보호받을 수 있는 상담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오늘날 수사기관은 스마트폰 포렌식, CCTV, 각종 디지털 자료 분석을 통해 이미 차고 넘치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수사 기술이 이처럼 고도화된 상황에서 의뢰인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변호사와의 대화까지 유죄의 단서로 삼는다면 방어권은 형식만 남게 된다.

 

변호사비밀유지권의 핵심은 진솔한 상담에 있다. 예외가 원칙을 삼켜버린다면, 의뢰인은 변호사에게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렵게 도입된 제도가 이름뿐인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예외 조항에 대한 엄격하고 제한적인 해석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수사와 재판 실무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변호사비밀유지권은 변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특권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비밀유지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예외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그 사유가 구체적이고 명백한지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단순히 ‘수사상 필요’나 ‘증거인멸 우려’같은 추상적 사유만으로는 영장 발부를 불허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 

 

<참고: 독소조항이란?>

법률에서 말하는 ‘독소조항’이란, 제도 도입의 명분과 달리 실제 운용 과정에서 그 취지를 잠식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규정을 가리킨다. 겉으로는 불가피한 예외처럼 보이지만, 해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 권한을 행사하는 쪽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원칙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 제도일수록 예외 조항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 변호사비밀유지권 역시 마찬가지다. 원칙이 ‘상담의 비밀 보호’라면, 예외는 극히 제한된 경우에 한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외는 안전판이 아니라 우회로가 되고, 결국 제도는 선언적 의미만 남긴 채 형사절차의 관행 속에서 소모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