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감경 위한 ‘반성문’도 대필? … 대필업체에 직접 의뢰해보니

‘1건당 5만원’ 대필 업체 성행
적발 시 오히려 형량 증가키도

 

피고인들의 형량을 감경시켜준다는 '반성문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재판부가 양형 사유로 '진지한 반성'을 두고 있는 까닭에 피고인들이 반성문이나 타인의 탄원서를 제출할 경우 선처를 두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필 반성문'이 실제 양형에 끼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더시사법률>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포털사이트에 '반성문 대필'을 검색하면 수십여 개의 업체가 노출된다. 이들 업체들은 한 부당 5만원 내외의 가격에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반성문 및 탄원서 등을 작성해주고 있다.


<더시사법률>이 가상의 피고인을 상정해 한 업체에 직접 대필을 의뢰했다. 이름은 김영훈, 45세, 자녀 두 명, 음주 운전 3번째라는 설정을 한 후 반성문 대리 작성을 요청했다. 의뢰한 지 약 1일 만에 재판부에 제출할 반성문을 수령할 수 있었다.


서두는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저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중략)… 이 글을 작성합니다."로 시작한다. "지난 저는 음주 상태로 운전하여 법을 어기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와 같이 글 중간중간 어색한 문장과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제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현재 췌장암에 걸려 건강이 좋지 않아… 아내 역시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하여 거동이 불편한 상태인데 제가 구속이 될까 봐 하루하루 눈물로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등 의뢰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반성문이 재판부에 제출되더라도 감형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필 업체가 작성한 반성문은 피고인의 상황을 입력한 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작성한 결과물처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체가 AI를 활용하거나 과거 작성된 반성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필 업체가 작성한 반성문을 보고 "피고인의 학력이나 진술서 등을 통해 제출된 반성문이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아닌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며 "맞춤법이 틀리거나 글이 형편 없어도 반성문의 진실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대필 반성문은 형량 감경의 효과가 없다"고 전했다.


'대필 반성문'의 난립을 막기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2년 3월 '진지한 반성'의 정의를 신설했다. 이에 따르면 범행 인정, 피해 회복 노력, 재범 방지 의지 등이 확인되어야만 진정한 반성으로 인정되며, 대필 반성문은 양형 판단에서 제외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성폭력 사건 1심에서 ‘진지한 반성’으로 감형된 사례는 187건(4.1%)으로, '진지한 반성'의 정의가 있기 이전인 2020년 1515건(31.6%), 2021년 1265건(27.3%) 대비 양형 반영률이 크게 줄었다.


심지어 대필 사실이 적발돼 형량이 증가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는 AI로 지인의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한 A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문장의 어색함과 사실관계 오류를 통해 범죄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시사법률>이 엘박스를 통해 최근 약 1년(2024년 1월부터 11월)간 나온 성범죄 사건 판결문을 직접 분석한 결과, 반성보다는 합의 여부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가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집행유예(957건)가 가장 많았으며, 벌금형(270건), 실형(37건)이 뒤를 이었다. 합의는 형량 감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합의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실형(407건)이 두드러지게 높았고, 집행유예(427건), 벌금형(276건)이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이처럼 반성문의 감경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을 알리지 않은 채 대필 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법조계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형식적인 반성문 제출로 감형을 노리는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단행됐는데, 어색한 문장과 잘못된 사실관계 등으로 급조한 반성문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반성문 횟수나 형식적인 기부는 진정성을 증명하기 부족하며, 피해자와의 합의 등 실질적 조치가 감형의 주요 기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