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박혜민 기자 | 경찰은 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234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행을 저지른 총책 33세 남성을 검거했다. 지난해 9월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자료를 회신받아 수사한 첫 사례다.
해당 범죄 조직은 10대 등 미성년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아 성 착취 범행을 저질렀으며, 경찰은 총책을 포함한 일당 54명을 검거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수만으로도 ‘박사방’ 사건을 능가하는 규모로, 피해자의 68%가 미성년자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7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치상) △협박 △강요 △강제추행 △유사 강간 등 19개 혐의를 받는 ‘자경단’의 ‘목사’ A 씨(남·33)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드라마 ‘수리남’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을 목사라고 불렀다. A 씨는 범죄자의 검거 과정을 분석하며 추적·회피 수단을 연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검거 전 “사수과 아재(아저씨)들 저 잡을 수 있어요?”, “수사하러 헛고생 마시고 푹 쉬세요” 등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경찰의 국제 공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텔레그램 운영자를 성 착취물 제작·유포 방조 혐의로 내사에 착수하며, 텔레그램 측에 협조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박사방’을 검거한 수사팀이 맡아 진행했으며, 지속적인 설득 끝에 지난해 9월 24일 텔레그램으로부터 처음으로 범죄 관련 자료를 회신받았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텔레그램과 회의를 거쳐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 경찰은 범죄 관련 정보를 텔레그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회신 받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공개된 텔레그램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한국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4분기 한국 이용자 658명의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초국가적인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당 사건 접수 초기부터 국토안보수사국 본부, 샌프란시스코지부, 한국지부와 실시간으로 협력해 수사 정보를 확보했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텔레그램이 경찰청과 회의에서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하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며 “향후 범죄 척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찰은 성범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범죄 수사에 텔레그램과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