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보여줬는데도 무죄?"…대법 판단은

영상 본 사람 2명뿐…‘공연성’ 없다
대법, 공연성 판단 첫 기준 제시

성관계 영상을 피해자 동의 없이 지인 2명에게 보여준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행위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재생할 때 처벌 기준으로 삼는 '다수'의 구체적인 척도를 처음으로 제시한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원심의 유죄 판단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와 지인의 커피숍 등지에서, 과거 연인이던 피해자의 동의 없이 보관 중이던 성관계 영상을 지인 2명에게 시청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마약류 관리 위반과 성범죄 행위를 모두 인정해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도 명령했다.

 

A 씨는 항소했으나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영상을 본 목격자 진술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다수인 여부는 단순히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입법취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행위자와 시청 주체의 관계, 상영 의도와 경위, 방법과 수단, 공간과 시간 등을 참작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사적 또는 은밀한 상영을 넘어서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 2명에게 각각 다른 일시·장소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촬영물을 각각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는 사적 또는 은밀한 상영을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22년 대법원은 '공공연하게 촬영물 등을 상영하였다고 보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촬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이번 판결은 '다수'의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이 A 씨의 영상 상영 행위를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기준으로 새로운 형량을 선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