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거나, 구속 수사를 받는 중에 배우자로부터 ‘이혼 소장’을 받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이혼 소장을 받는 재소자 입장에서는 황망하기 그지없다.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외부 소식을 제대로 접하기도 어렵고, 이혼 사유로 적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즉각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감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감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이혼이 자동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혼 소송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혼인 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파탄에 대해 어느 쪽이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이혼을 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사유’가 법적으로 인정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귀책 사유’에 대한 판단이다.
법원은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결혼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누구나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혼 청구 자격이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가정을 깨뜨린 사람은 스스로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결혼생활 중 폭력‧외도‧경제적 학대가 반복되었다면, 그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수감 중인 배우자가 아니라, 오히려 소송을 제기한 쪽이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라면, 재판부는 아무리 수감 중인 상태라 해도, 그 사정을 고려해 이혼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혼 소송에서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폭력‧성범죄처럼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범죄는 유책 사유로 판단되기 쉽지만, 일시적인 판단 착오나 경제적 곤궁에서 비롯된 행위, 마약‧사기와 같이 혼인 생활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범죄의 경우에는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형사사건 자체가 배우자의 고소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이혼 청구가 형사 절차와 연계된 전략적 조치로 보일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실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하며, 진실 공방의 여지가 있는 상태라면 이혼 청구의 적정성도 문제 될 수 있다.
물론, 수감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민사소송 특히 이혼 소송과 같은 가사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현실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정법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진술하기도 어렵고, 상대방이 제출한 주장이나 증거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데도 제한이 따른다.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어권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 변호인을 통한 의견서 제출과 기록 분석, 반박 자료의 정리 등으로 충분한 방어가 가능한 것이다.
내가 실제로 변호인으로 맡았던 한 사건이 있다. 의뢰인은 구속된 상태였고 그 시점에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이혼 소장을 접수했다.
의뢰인은 “아이와 가족에게만큼은 진심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의뢰인은 가족들에게 물리적‧정서적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었었다. 나는 의뢰인의 구속 전 생활상, 부부 갈등 구조, 배우자 및 처가와의 관계, 이혼 소장에 기재된 주장과 실제 정황의 괴리를 조목조목 분석해 답변서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단순히 의뢰인이 구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관계의 파탄 책임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혼을 청구한 배우자의 주장은 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고 결국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같이 이혼 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소송을 제기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왜 혼인을 파탄시켰는가’이다.
많은 수형자가 이혼 소장을 처음 받게 되면 본인이 자유롭지 않다는 조건 때문에 패배감과 체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오해한 것이다.
수감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억울한 상황을 바로잡을 여지는 충분하다. 이혼은 단순한 절차가 아닌 인생의 중대한 분기점이기 때문에, 수감 상태에서도 소장을 받은 시점부터 대응 전략을 세심히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