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파트너스]“1심 판결문, 진실과 달라요”… 항소심에서 반박할 수 있을까 (백홍기 변호사의 Q&A)

 

Q. 안녕하세요. 00구치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입니다. 재판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어 편지 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1심이 끝났고 어느 정도 피해 회복을 했음에도 구형 그대로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판결문 내용 중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 재판열람을 통해 사건 기록을 확인해보니, 경찰 수사관이 피해 변제할 테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말한 것조차 조건을 달아서 취하서를 받았다는 식으로 안 좋게 써놓았는데 항소심에서 이런 부분을 반박하여 변론을 하면 감형에 도움이 될는지요?

 

그리고 변호인이 저와 상의도 없이 의견서에 범행수익을 피해회복을 위해 돌려주었다고 적어놨는데, 마치 돌려막기를 한 것처럼 써놓았습니다. 판결문에도 그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변호인 혼자의 판단으로 쓴 의견서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걸 항소심에서 어떻게 피력해야 하나요?

 

또 피해자가 쓴 엄벌탄원서 중에 제가 마치 몇 년 살고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거짓으로 써놓았는데 항소심에서 거짓 내용에 대해 반박을 한다면 도움이 될까요?


A. 안녕하세요.
귀하께서 지적하신 경찰 수사관의 진술 부분, 변호인의 의견서 내용, 그리고 피해자의 탄원서 중 허위 사실 등이 모두 1심 판결문에 불리한 양형 사유로 명시되었고, 실제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친 정황이 명백하다면,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그 왜곡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관의 말이 단순한 피해회복 의사의 전달이었음에도 조건부 취하로 해석되었다면 이는 사실오인의 문제일 수 있고, 변호인이 귀하와 상의 없이 작성한 의견서가 마치 ‘돌려막기’식의 인상을 주어 불리하게 작용한 경우 역시, 귀하의 진의가 왜곡된 채 재판부에 전달된 것입니다.

 

또한 피해자의 탄원서에 귀하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재하여 귀하의 태도를 악의적으로 포장한 점도 양형에 실질적 영향을 주었을 수 있으므로, 항소심에서는 이를 사실에 근거해 조목조목 반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1심 판결이 사실관계 왜곡이나 잘못된 판단에 기반해 내려졌다면, 항소심에서는 단순한 억울함의 호소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자료와 논리를 통해 진실을 바로잡고, 그에 따라 양형이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주장하셔야 합니다.


Q. 2020년에 2001년 강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DNA가 나왔다고 말하며 자백을 요구했지만, 전 알지도 못하는 곳이고 제가 저지른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경찰은 제가 어릴 적 본드를 많이 해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고 자백을 요구했습니다.

 

여러 번의 조사 끝에 21년 3월 안산지청으로 송치, 1주일 뒤 전주지검으로 이송하였습니다. 첫 조사는 11월에 시작되었고 매년 검사가 바뀌어 1년에 1~2차례 불러 조사를 할 뿐 기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1년에 송치된 사건이 24년 12월에 기소가 되었습니다.

 

경찰이 사고현장에 있던 검은 테이프에서 저의 DNA가 나왔다고 했는데 검찰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소장에도 테이프에 대한 것은 없습니다.

 

24년 12월에 기소되었는데도 재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사선 변호인의 조력도 받을 수 없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의 드립니다. 재판이 하루라도 빨리 열려 제 억울함을 풀고 싶습니다. 탄원서도 제출하였는데 재판을 빨리 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A. 질문을 보며 깊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억울하게도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되었고, 수년간 제대로 된 설명도 받지 못한 채 재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는 현실에 얼마나 괴로우실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재판을 하루라도 빨리 여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강도살인은 얼마든지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혐의입니다.

 

억울함을 풀고자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제대로 된 방어 기회를 놓치게 되고, 인생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재판은 감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판사는 신이 아니며, 결국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유죄가 입증되었는지를 확률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는 단순히 진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수사기록과 증거, 진술의 신빙성 등을 하나하나 따지는 과정입니다.

 

지금처럼 혼자의 힘으로 대응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나 폭행이 아니라, 살인죄이며, 한 번의 실수로 수십 년의 자유를 잃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검사와 수사기관은 말 그대로 이 분야의 ‘베테랑’들이고,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움직입니다. 그에 반해 귀하께서는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 하시는 겁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암에 걸려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병원비를 마련하듯이, 이 재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 전체가 달린 사안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방법을 반드시 강구하셔야 합니다.

 

가족, 지인, 지자체 지원, 종교 단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 등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 자격 있는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