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목적 사실 적시, 명예훼손 아냐”...대법 파기환송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관리비 횡령 의혹을 담은 현수막과 아파트 로비 모니터 방송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A씨 등 2명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부산 지역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A 씨와 해당 아파트의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B 씨는 2020년 9월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 앞에“입주자대표회의 회장 C씨가 유흥업소 접대에 관리비를 사용했다”는 내용의 벽보를 부착했다. B씨는 로비 모니터에 “여성 입주민 폭행·추행”, “미쳤구나” 등의 자막도 송출했다.

 

1심과 2심은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C씨의 횡령 사실이 일부 확인된 점 등을 들어 집행을 1년 유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형법 제310조의 ‘공익 목적의 사실 적시’ 조항을 근거로 A씨 등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설치한 현수막 내지 모니터에 기재된 글의 주요 내용은 'C 씨가 관리비를 임의로 사용했고, 입주민을 폭행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므로, 글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이는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적 기능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주된 목적도 C씨의 사퇴와 회의체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현수막이나 자막에 다소 감정적인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 삼는 의견 표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욕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무례한 표현에 해당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