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로유] “공탁했는데 감형이 안 됐습니다”

형식적‧기습적 공탁 엄격하게 제한
법적 구조로 이중 불이익 받기도
단순한 공탁으로는 감형 어려워
실무적 전략 및 진정성 있어야

 

최근 ‘형식적 공탁’이나 ‘기습적 공탁’에 대한 재판부의 경계가 높아지며, 공탁에 대한 질문이 부쩍 많아졌다. 실제로 많은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이 합의가 어려울 때 공탁을 대안적 수단으로 고려하지만, 공탁이 항상 유리한 정상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공탁까지 했는데 왜 실형이 나왔을까요?”라는 질문은 최근 형사재판에서 자주 들려오는 의문 중 하나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공탁금을 실제로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피해 회복 노력’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감형 사유로 삼는 경우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의 양형기준이 훨씬 엄격한 방향으로 정비되면서 이러한 형식적 공탁이 양형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수령 거부 의사를 밝혔고 그 사실이 판결문에 기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공탁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양형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실제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는 공탁제도의 법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행 공탁법상 피고인(공탁자)이 공탁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피해자(피공탁자)가 공탁소에 직접 ‘서면’으로 수령 거부 의사를 통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다고 말해도, 그 사실이 공탁소로 정식 전달되지 않으면 서면 통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재판 중에는 수령을 거부하다가도, 선고 이후 마음을 바꿔 공탁금을 출금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피고인은 감형도 받지 못한 채 공탁금마저 회수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습 출금’ 문제는 피고인은 처벌 외에도 공탁금 상실이라는 이중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양형기준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공탁만으로도 피해 회복의 노력으로 인정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스토킹·지식재산·성범죄 등 양형기준이 개정되면서 “공탁은 피해자의 수령 의사와 피고인의 회수 포기 의사가 명확할 경우에만 감경 요소로 고려”하도록 기준이 정비되었다.


이처럼 단순히 공탁금을 걸어두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감형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오히려 이러한 공탁이 진정성 없는 절차적 시도로 판단될 경우 양형상 감점 요소로 해석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공탁을 단순히 ‘합의가 안 될 때 해보는 절차’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피해 회복을 위한 피해자와의 의사소통, 공탁의 취지, 회수 제한 의사 표시 등의 구체적이고 진지한 노력이 함께 드러나야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첫째, 가능하다면 피해자와 협의하여 공탁 여부 및 수령 의사를 확인하고, 피해자가 수령을 원치 않는 경우 그 의사를 공탁소에 ‘서면 통고’ 형태로 전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법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둘째, 공탁을 할 때 제출하는 회수 제한 신고서를 보다 신중하고 진정성 있게 작성해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문구를 넣는 데 그치지 않고, 피고인의 회수 포기 의사와 피해 회복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성함으로써 피고인의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공탁은 어디까지나 양형 자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공탁만으로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반성문, 탄원서, 봉사활동 내역 등의 다른 양형 자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양형의 흐름은 형식보다 실질, 결과보다 진정성을 중요하게 본다. 공탁은 형사사건에서 유의미한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만능의 해법은 아니다. 사건에 따라서는 공탁보다 더 효과적인 서면 전략이나, 적극적인 반성의 태도가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공탁금을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노력이 담긴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공탁보다 적극적인 반성문과 서면 소명이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