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 말고 가석방 노려라”… 옥바라지 카페 법률조언, 심각한 수준

법률가가 아닌 출소자들의 법률 조언 이어져.....
‘정보 나눔’ ... 선 넘은 조언들
옥바라지 카페, 잘못된 정보의 온상
네이버 제재 없으면 무법지대 될 것

지난달 29일, 수형자 가족 온라인 커뮤니티 ‘옥바라지 카페’에 “공탁하면 형이 줄어드는데 도움이 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동생을 둔 가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동생은 우울증과 무릎 골절로 집에만 있다가 수술 후 회복 도중 지인 소개로 캄보디아에 일하러 갔다”며 “ 알고 보니 사기 조직이었고, 무섭게 협박받아 어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했다고 하더라”고 사연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동생은 캄보디아를 세 차례 오가며 범행에 연루됐다. 직접 수령한 범죄 수익은 500만 원에 불과했으나, 피해자들의 전체 피해 금액은 7억 원이 넘는다고 남겼다.

 

A씨는 “2천만 원 정도 어렵게 마련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했고, 검사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며 “형이 줄어드는데 공탁이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고 글을 남겼다.

 

이에 옥바라지 카페 회원들의 다양한 경험담과 조언을 댓글로 남겼다.

한 회원은 “저도 공탁을 했지만, 형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사건마다 판사님 성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피해금에 비해 공탁금이 너무 적어서 반영이 안 됐다”며 “1심과 항소심 중 어느 시점에 공탁을 할지도 전략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원들은 “보통 공소 금액의 70% 이상은 공탁해야 효과가 있다더라”, “성범죄가 아닌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 금액이 명확히 잡히는 만큼, 그 비율에 맞춘 공탁이 효과적”이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특히 충주구치소에서 출소한 한 회원은 “4년 구형에 7억 원 공소 금액인데, 2천만 원 공탁은 의미 없다”며 “차라리 병력을 호소해 형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초범이라면 가석방까지 노리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대표 변호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합의나 공탁 여부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이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가담했던점, 실제 수익이 5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 등을 재판부에 충분히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설령 합의나 공탁이 이루어졌더라도, 피고인이 조직 내 역할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감형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탁은 피해금의 70% 이상이어야 효과가 있다’는 말은 조직 내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가담 정도, 범죄수익 귀속 여부, 협박에 의한 가담 정황 등이 입증된다면 비교적 적은 금액의 공탁도 실질적인 참작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민의 윤수복 변호사는 “성범죄나 폭행 사건과 달리,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공탁 수령을 거부하더라도 아직 공탁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법원이 일정 부분 참작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력을 내세워 감형받고 가석방을 노리라는 조언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특히 조직적 사기 사건에서 공탁 없이 피해 회복 노력이 없었다는 점은 추후 가석방 심사에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교정 전문가는 “지금 옥바라지 카페의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작성자 A씨처럼 법률 지식이 없는 가족들이 출소자나 다른 회원들의 조언만 믿고 그대로 따를 경우, 자칫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도 옥바라지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 대해 자정 기능을 마련하거나, 일정 수준의 제재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