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목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가 <더 시사법률>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봉투 안에는 자필 편지 두 장과 함께 항소심·상고심 판결문이 동봉되어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사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결국 항소도 상고도 기각되어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못 해 보고 실형을 살고 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불구속 상태로 진행된 1심 재판 당시 그는 사선변호인을 선임했으며, ‘성착취물 제작죄는 무죄’라는 주장을 펼치려 했지만, 변호인은 “초범이고 전과도 없으니 모두 인정하면 실형은 안 나올 것”이라며 방어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구속 이후 항소심에서라도 무죄를 다퉈 보려 했지만,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A씨는 “사선변호인을 새로 선임했지만, 그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항소가 기각됐다”고 밝혔다. 접견조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인을 통해 전달한 탄원서 역시 법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가 보내온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재판부는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은 2025. 1. 20.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적법하게 송달받았고,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던 중 피고인은 위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중인 2025. 1. 21.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였으며, 이에 따라 같은 날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되었다. 피고인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인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사선변호인이 2025. 2. 17.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취지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도과 후에 제기된 것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였다.
상고심에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새로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성착취물 제작 혐의에 대해 무죄 주장을 담은 상고이유서를 제출했지만, 상고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이 적법한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항소장에도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어 적법한 항소이유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의 항소이유서 미제출을 이유로 한 원심의 항소기각판결 부분이 위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항소를 하지 않은 경우와 마찬가지”라며 기각했다. 결국, A씨는 제대로 된 변론 한 번 없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A씨는 편지에서 “상고심에 앞서 2천만 원을 주고 선임한 변호사가 항소이유서 제출이 늦었기 때문에 상고가 기각된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사무장과 변호사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테헤란의 검사 출신 이동간 변호사는 “민법 제390조에 따르면 변호사는 위임계약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지며, 항소이유서 기한 내 미제출은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도 성립할 수 있으며, 항소 기각 및 상고 기각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이상,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해당 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이동간 변호사는 “재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따라 명백한 증거 위조나 허위 진술 등이 있을 때만 가능하며, 단순한 변호사의 과실만으로는 재심 개시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말미에 “제 소중한 재판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 감당해야 할 시간이 너무 억울하고 막막합니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