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향후 5년간 정보보호에 1조원을 투자한다. 보이스피싱·스팸·딥페이크 등 지능화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해 AI 기반 보안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KT는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시큐리티 프레임워크’ 운영, 제로트러스트 보안 체계 완성, 글로벌 보안 기업 협력, 보안 인력 확충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한 1조원 규모 정보보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상무)은 “단순한 보안 예산 증액이 아니라, 글로벌 톱 수준의 보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라며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KT는 하반기부터 딥보이스 탐지와 화자 인식 기능이 탑재된 ‘AI 보이스피싱 탐지 2.0’을 상용화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승인을 거친 뒤, 통신사 최초로 상용화되는 서비스다. 탐지 정확도는 기존 91.6%에서 95%로 상향될 예정이다.
스팸 대응도 고도화된다. AI가 문맥과 URL을 분석하는 ‘AI 클린메시징시스템(AICMS)’ 덕분에 일일 차단율이 188%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투자 유도형, SNS 대화 유도형 등 변종 스팸에도 대응하는 실시간 필터링 기능이 추가된다.
이병무 KT AX혁신지원본부장(상무)은 “AI 보이스피싱 탐지로 상반기에만 약 700억 원 피해를 예방했으며, 이를 연 2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문맥 기반 AI 스팸 차단 정확도도 연내 9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4일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향후 5년간 7000억 원 규모 정보보호 투자 계획을 밝혔다.
KT 측은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를 언급하면서도 이번 투자 계획은 해당 사고 이전부터 계획됐다고 밝혔다. 특히 2023년 불거진 미국 통신사들의 해킹 피해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2023년 말 미국 T모바일·AT&T 등 글로벌 통신사 9곳이 해킹 피해를 입었고, T모바일은 약 4,590억 원 보상에 나섰다”며 “KT도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보안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T는 전국 통합 관제 인프라를 기반으로 IT·네트워크 통합 보안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안 인력도 현재 162명에서 300명 수준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현석 부사장은 “지금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으론 고객 신뢰를 지킬 수 없다”며 “KT가 보안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