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수형자 비중 20% 육박…빈곤·고립이 ‘노인 범죄’ 키워

65세 이상 수형자 7년 새 2배로…
살인·폭행 등 강력범죄 두드러져

고령 수형자의 증가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피해자로 여겨졌던 65세 이상 노인들이 최근 들어 살인, 폭행,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가해자로 법정에 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범행의 배경에는 빈곤과 고립, 그리고 노후 복지정책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65세 이상 고령 수형자는 총 3483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1797명)과 비교하면 약 7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수형자 수는 줄거나 정체된 상황이지만, 고령 수형자만 유독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강력범죄에서 고령자의 비중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살인죄로 복역 중인 65세 이상 수형자는 588명으로, 전체 살인 수형자(3083명)의 약 19%에 달했다.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수형자도 2017년 121명에서 2024년 24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성폭력범죄로 복역 중인 고령 수형자 역시 같은 기간 244명에서 480명으로 급증했다. 단순한 비율 상승이 아니라 실제 범죄 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노인 범죄는 충동성과 정서적 불안정성이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최근, 음주 후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80대 치매 환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또 인천에서는 가정폭력 전력이 있던 60대 남성이 접근금지 명령 해제 직후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단순한 빈곤 문제를 넘어, 극심한 정서적 고립과 분노가 범죄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본다.

 

연령대별 범죄 유형 분석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된다. 65세 이상 수형자 가운데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비중은 줄고 있는 반면, 폭력이나 성범죄처럼 분노나 성적 충동이 개입된 범죄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이 전체 고령 수형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의료·간병 등 인권 보호 체계의 미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노인 범죄 증가의 배경으로 ‘건강은 유지되지만 사회적 지위와 자원이 급감하는 구조적 노후 불안정성’을 꼽는다. 법무법인 성헌 박보영 대표 변호사는 “지금의 노인 세대는 과거와 달리 신체 건강이 양호한 경우가 많아, 갈등이 생기면 언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유형력을 행사하는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 수형자의 증가는 단순히 형사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복지정책, 정신건강 시스템의 부재 또는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노인 고용 안정성과 지역사회 복귀 시스템이 부실하다 보니, 범죄 후 재유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65세 이상 수형자들은 고혈압, 당뇨, 우울증, 치매 등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안고 수용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교정 비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