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단말기 가격 경쟁을 제한해왔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지난달 22일 폐지됐다. 지원금 상한 규제가 사라지고 계약서 명시를 조건으로 페이백이 합법화되면서, 고가 스마트폰의 ‘공짜폰’ 구매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약화와 고령층·청소년 등 정보 취약계층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이후 통신사 공시지원금과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모두 철폐됐다. 계약서에 조건이 명시되면 페이백 지급도 허용된다. 이론적으로는 200만원대 고가 스마트폰도 실질 무료 구매가 가능하지만, 요금제·가입 유형 등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 실질 혜택은 제한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나친 지원금 격차나 가입자 차별이 발생할 경우 시정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번호이동·신규가입에 따른 차등은 허용하되, 같은 요금제·단말기 조건이라면 동일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통신 3사와는 주 2회 이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시장 질서 혼란을 사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지원금 상한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사, 통신사,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총액이 제한돼 있었지만, 이제는 계약서에 명시만 하면 수백만 원대 고가 스마트폰도 실질 무료 구매가 가능하다. 예컨대 232만 원 상당의 갤럭시 Z폴드7(512GB)을 구매할 경우, 유통 채널별 자율적 지원금 책정이 가능해졌다.
다만 유통점 간 지원금 차이는 불가피하다. 유통 마진 구조나 장려금 정책에 따라 대형 매장, 집단상가, 소규모 가두점 등의 가격 차가 발생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도한 차별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경우 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용자 간 차별에 대해서도,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에 따른 차등은 허용되지만 같은 요금제·단말기라면 동일한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불법이었던 ‘음성 페이백’도 계약서 명시를 전제로 합법화됐다. 다만 정부는 페이백을 미끼로 한 불완전 판매나 특정 유통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통신사·제조사에 장려금 지급 내역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자본력이 부족한 알뜰폰(MVNO) 업체들이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서 통신 3사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면 불공정 경쟁 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보 취약계층의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지원금 상한이 명확해 조건이 유사했지만, 앞으로는 유통점·통신사별 지원금이 제각각 달라져 가격 비교와 합리적 선택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페이백 등 추가 혜택이 음성적으로 제공될 경우, 이를 인지하지 못한 고령층·청소년은 차별적 거래를 당할 위험이 높다.
또한 복잡한 계약 구조와 불투명한 설명 관행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계약서에 지원금·페이백을 명시하는 제도 취지가 오히려 ‘설명 책임’을 유통점에 전가해, 내용을 읽거나 해석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고령층·청소년 등 정보 소외 계층이 차별·과잉구매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통망 영업행위를 상시 점검하고, 단통법 폐지로 인한 가격 혼란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신 3사와 함께 정기적인 시장 점검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