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형자가 복역 중 모은 작업장려금에 대한 피해자 구상금 집행 문제를 두고 제도적 모순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형집행법과 범죄피해자 보호법상 수형자의 동의 없이는 작업장려금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규정은 작업장려금이 출소 후 생계 준비 및 사회 적응을 위한 최소한의 재원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출소 직후 해당 장려금이 일반 재산으로 전환되면 즉시 압류 대상이 되면서,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제도 간 불균형이 지적된다.
16일 더 시사법률 취재에 따르면, 2018년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7년 4개월째 복역 중인 A씨는 최근 검찰로부터 500만 원의 구상금 납부 독촉을 받았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이미 범죄피해 구조금을 수령했고 민사 절차도 종료된 상태다. 이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국가가 피해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한 뒤, 그 금액을 가해자인 A씨에게 청구한 것으로, 법에 따른 구상 절차다.
가족이 없는 A씨는 출소 후 사회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 교정시설 내 작업장에서 일하며 7년간 530만 원의 작업장려금을 모아왔지만, 출소 후에는 이마저도 강제집행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A씨는 “피해 보상은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자립 자금은 지켜야 출소 후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며 “작업장려금까지 모두 집행된다면 희망을 잃고 다시 범죄로 내몰릴 수 있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교도소장은 가해자의 동의를 받아 작업장려금 또는 근로보상금을 공제하여 피해자보호기금에 납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라 수형자의 동의 없이는 교도소 내에서 해당 금액을 강제 공제하거나 압류할 수 없다.
법무부는 작업장려금을 사회 복귀 초기의 자립 자금으로 보고 있으며, 무자원 상태로 인한 재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강제집행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출소와 동시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업장려금은 ‘일반 재산’으로 간주되며, 법원은 검찰의 청구에 따라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즉시 발부할 수 있어 제도 간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교도관은 “교정시설 안에서는 보호받던 재산이, 출소하자마자 법적 방어 수단 없이 몰수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 복귀를 막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피해 보상과 수형자의 사회 복귀라는 두 가지 목적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가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수형 중 재산 집행이 사실상 봉쇄되는 구조는 피해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형자가 출소 직후 전액 압류 등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출소 전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분할 납부나 납부 유예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 따르면, 검사는 대상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분할 납부를 허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수형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날 더 시사법률에 “구상금 규모가 크거나 일시 변제가 어려운 경우 가해자에게 분할 납부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일시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수형자에게 곧바로 법적 절차를 통한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기보다는, 당사자가 일부라도 자발적으로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압류 집행의 실효성과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동시에 담보하기 위해, 전자감독 제도와 변제의무를 연계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출소 후 전자감독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납부 이행을 조건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형 집행 이후에도 피해 금액 변제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전자감독 조건에 ‘변제 이행’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수형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현재 구조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불완전하다”며 “재산형 집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출소 전후를 아우르는 일관된 집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