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람들이 ‘재정신청’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안에서는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정신청이 무엇인지, 또 언제 할 수 있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A. 재정신청은 검사가 고소나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즉 기소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고소인 또는 일부 고발인이 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는지, 법원에서 한 번 더 판단해 달라” 하고 요청하는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통지받은 고소인이 모든 범죄에 대해 신청할 수 있고, 고발인의 경우에는 모든 사건이 아니라 법에서 정해 놓은 일부 범죄에서만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범죄는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 제125조(폭행, 가혹행위)의 죄 및 특별법(공직선거법 제273조에 정한 죄 등)에서 재정신청 대상으로 규정한 죄의 경우에 한합니다. 법에 규정된 고발인은 범죄 이외에는 항고, 재항고만 할 수 있습니다.
고소를 취소한 사람도 재정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모든 고소사건이 재정신청 대상이 되었지만, 신청권자의 범위에는 여전히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재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라 고등검찰청에 먼저 항고를 거쳐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60조 제2항). 불기소 처분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항고를 해야 하고, 항고가 기각되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서면으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항고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처분이 없거나, 항고에 대해 재수사 후 다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 그리고 공소시효 만료가 30일 이내로 다가왔는데도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경우에는 항고 없이 곧바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정신청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제출하고, 검찰은 7일 이내에 사건 기록과 함께 고등검찰청을 거쳐 고등법원으로 보내게 됩니다. 고등법원의 결정 전까지는 재정신청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다시 신청할 수 없습니다.
고등법원에 접수된 재정신청 사건은 일반 형사재판절차와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공개로 심리되며, 고등법원에 접수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재정신청인에게 독자적인 증거 신청권이나 증인신문의 참여권 등은 인정되지 않으며, 재정신청에서 증거조사 여부 판단은 법원의 재량사항입니다.
재정신청의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신청이 법에 맞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보아 기각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유 있다고 인정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기각결정이 내려지고 재정신청인이 불복하는 경우,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고등법원에 재항고장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재정신청에 인용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불복할 수 없으며, 검사는 반드시 기소해야 합니다. 다만, 이렇게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더라도, 재정신청은 어디까지나 검사의 불기소가 정당했는지를 다투는 절차일 뿐이므로 실제 재판 결과는 무죄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지난 10년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인용률은 0.63%에 불과했습니다. 다시 말해 100건 중 99건 이상은 기각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기소 여부에 대한 검사의 판단은 존중되고 있고, 재정신청은 예외적인 최후의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습니다.
고소를 했는데도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피해자는 더 이상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으니 억울함이 클 수 있습니다. 물론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으나, 이는 재산상의 분쟁 해결일 뿐 형사적 책임을 묻는 길은 닫히게 됩니다.
항고나 재항고 같은 제도도 있지만 결국 검사가 다시 판단하는 절차이므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신청은 고소인이 고등법원에 다시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만, 항고와 재정신청 절차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피의자의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권리보장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피의자의 권리보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은 제기 기한을 엄격히 두고 있고, 고등법원의 재정결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도록 규정해 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