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가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가석방 확대가 현실적인 대응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석방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교정정책의 본래 취지와 재범 방지 효과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4.5%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원 100명인 시설에 평균 125명이 수용되는 셈으로, 과밀로 인한 인권 침해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 수 증가는 최근 몇 년간 강화된 강력범죄 대응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마약, 보이스피싱, 조직폭력 등에 대한 구속 수사가 늘면서 지난해 미결수는 2만1,331명으로,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용자의 약 35%에 해당한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형사공판에서 자유형 선고 비율은 63.7%로, 2019년(61.3%)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벌금형 등 재산형 비율은 24.5%로 1.6%포인트 줄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무부는 모범수형자를 중심으로 가석방 심사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형기의 70% 미만을 채운 가석방자는 2024년 1,197명(10.4%)에서 올해 상반기 6개월간 1,549명(25.6%)으로 증가했다.
불과 반년 만에 전년도 전체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가석방 확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형기의 60%도 채우지 않고 가석방이 허가된 사례가 28건에 달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전체 가석방자 6,052명 가운데 약 25.1%가 형기 70% 미만에서 가석방돼, 사실상 ‘형기의 3분의 2’를 채우지 않고도 석방된 셈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수용률 완화와 수형자 재사회화를 고려한 점진적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석방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가석방 확대는 단기적으로 수용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수용자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한 구조적 개혁 없이는 근본적인 해소가 어렵다”며 “재범 방지 프로그램 강화와 대체형 제도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밀수용은 국가 재정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수용 환경 악화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2020년 이후 총 228건이 제기됐고, 대법원은 수용자 3명에게 각각 50만~3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확대가 일시적 출구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수용 인원 감축 △교정시설 확충 △사회 내 처우 확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교정시설의 과밀 문제는 단순한 수용률 수치를 넘어 인권, 재정, 재범률 관리 등 다층적 과제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가석방 확대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군부대 철수로 많은 부지가 생겨나고 있지만, 활용 방안이 부족해 지역경제도 침체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부지를 활용한 교정시설 확충 등 실질적 대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