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추진한 출소자 통신비 지원사업을 두고, 투명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배제된 정황, 정작 KT 본사조차 사업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 그리고 전국 지부 회선 변경 시기와의 맞물림 등이 드러나면서 사업의 투명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교정계에 따르면, 공단의 통신비 지원사업은 경쟁입찰 없이 2024년 11월 KT 대구경북법인과 공단 간 협약을 통해 추진됐다. 공단은 이를 ‘양 기관 협의 결과’라고 밝혔지만, 정작 KT 본사조차 이 사업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뒤늦게 KT 경북지사로부터 통보받고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KT 본사 관계자는 더 시사법률에 “(해당 사업은) 공단이 하라고 해서 진행한 것일 뿐, 왜 경쟁입찰 없이 KT가 선정되었는지는 공단에 물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공단이 강조한 ‘협의’라는 표현과 현장의 설명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또한 더 시사법률 취재 결과, 타 통신사 관계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통신사들 간 어떠한 경쟁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한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공단은 출소자 다수가 통신불량자로 분류돼 개통이 불가능해지자, 가족 명의로 개통하라는 ‘편법 개통’을 검토하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지부에 하달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단은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편법을 조장한 정황은 단순한 ‘의견 수렴’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의혹을 불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공단 전국 지부의 인터넷·전화 회선이 같은 시기 일제히 KT로 변경된 사실도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단은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에 따른 망 분리 사업의 일환으로 조달 입찰을 통해 추진됐다”고 밝혔지만, KT와의 협약 시기와 회선 변경 시점이 겹치면서 특정 사업자와의 거래 확대가 일괄적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정시설 수용자와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통신 지원은 과거에도 시도된 바 있다. 2020년 7월, SK텔레콤은 법무부 및 서울보증보험과 협력해 교정시설 수용자의 신용회복을 돕는 전담 상담채널과 단말기 연체 분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용자가 출소 이후 단말기 할부 연체금 납부 의사를 밝히고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신용불량 등록을 면제받는 방식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수용자가 출소 후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에서 마련됐으며, SK텔레콤 측은 교정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덜고 행정 편의도 높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도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 형태로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대부분 교정시설이라는 폐쇄적 특수성과 수용자 접근성 한계, 홍보 부족 등으로 실패한 전례가 반복됐다.
이번 사업을 추진했던 공단의 황영기 전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하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공단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설명했다.
아울러 주무 부처인 법무부가 그간 공단 사업 전반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출소자 지원이라는 명분 자체는 타당하지만, 출소자 대다수가 통신불량자인 현실을 고려한 실태 파악이나, 효과적인 홍보 전략도 없이 사업이 추진된 것은 문제”라며 “무엇보다 경쟁입찰조차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된 점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단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이사장까지 중도 사퇴한 상황인 만큼 법무부가 주무 부처로서 정기적인 지도·점검 체계를 마련해 사업 전반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단의 존재 이유는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 지원에 있다”며 “이제라도 이러한 본래 목적이 형식적인 사업으로 희석되지 않도록,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이사장 자리 역시 특정 출신 관료가 아닌 교정·복지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 맡아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