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만으로 투표권 제한은 부당"…수형자 10인, 헌법소원 청구

1년 이상 실형=선거권 박탈
재사회화 막는 불합리한 제도

 

1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4개 단체는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형자 선거권을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 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실형 1년 이상을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수형자 10인은 이날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와 형법 제43조 제2항이 헌법상 보통·평등선거 원칙을 침해한다며 이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주최 측은 “형량만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범죄 성격이나 사회적 위해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 박탈 규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나, 수형자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회는 2015년 8월 국회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은 회복됐지만, 1년 이상 실형을 받은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이후에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합헌 또는 각하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3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개인진정을 심리한 뒤 “한국의 공직선거법 조항은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는 자유권규약 제25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민변 측은 “우리 헌법 제6조는 국제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며 “헌법재판소도 유엔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현재 선거권을 보장받는 수형자는 13.2%에 불과하다”며 “헌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통선거 원칙을 온전히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현 희망법 변호사는 “1년 미만 실형자와 1년 이상 실형자 사이에 선거권 차별을 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선거 참여는 오히려 수형자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해 재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박유호 씨는 “지난해 내란 사태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권력기관의 모습을 국민 모두가 봤다”며 “헌재가 과거와 다른 결정을 내려 민주주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