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일반 주주의 경영 참여가 확대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법률 공포안 5건이 심의·의결됐다.
상법은 회사 설립과 운영, 주주 권리 등을 규정한 기업 활동의 기본법이다. 회사의 이사회 구성과 감사 제도, 주주총회 운영 방식 등을 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적용을 강화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도 의결권을 집중하면 이사회에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어 대주주의 지배력을 견제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현행 상법은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2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가 회사에 집중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상법 제542조의7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기업이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 적용을 배제하면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집중투표제 적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요구할 경우 회사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출 방식 개선도 포함됐다. 감사위원은 회사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이사회 내부 기구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사회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관련 규정은 상법 제542조의12에 담겨 있다. 이 조항은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특정 주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해 이사회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제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의 유예가 마련됐다. 집중투표제 관련 규정은 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리는 이사 선임 주주총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주주의 권리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주 참여 확대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