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복 차림의 의사가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한 의사 커뮤니티에는 지하철에서 수술복을 입은 채 임산부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의사면허 인증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는 곳으로, 게시자는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의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의사는 다리를 꼰 채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옆자리에는 가방이 놓여 있었다. 이를 본 의료계 내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일부 의사들은 “의사로서 부끄럽다”, “수술복에 묻은 피와 오물이 지하철 좌석에 닿을 수 있다”며 비판했다.
반면 “굳이 욕먹을 일인가”, “필수 의료 종사자는 봐주자”는 옹호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한 의사는 “멀쩡한 남성이 임신부석에 앉는 건 의사 망신”이라며 “두둔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반 누리꾼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개념 없는 의사네”, “꼭 임산부석에 앉았어야 했냐”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앉아 있다가 임신부 오면 일어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수술모까지 쓰고 지하철을 타는 게 의사 맞느냐”는 의혹 섞인 반응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해당 인물이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소속으로 알려졌고, 병원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2013년 서울 지하철에 처음 도입된 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임산부의 편의를 넘어 장시간 서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산모의 척추·골반 부담과 태아 건강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임산부석은 법적 의무가 아닌 ‘배려 좌석’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앉더라도 처벌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가 존중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임산부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