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고문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현지 당국이 중국인 3명을 검거했다. 국내에서는 피해자를 출국하도록 유인한 조직원이 붙잡히는 등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캄포트주 지방법원 검찰청은 지난 8월 8일 보코르산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모 씨(22)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 3명을 체포해 살인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범행 장소였던 범죄단지를 봉쇄하고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으며, 도주 중인 공범 2명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시신에서는 멍과 혈흔 등 고문 흔적이 다수 발견됐으며, 당국은 사인을 ‘극심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판단했다.
박 씨는 지난 7월 “해외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지만 곧 연락이 끊겼다. 이후 가족에게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로 “박 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5000만 원을 요구했고, 가족은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박 씨는 국내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의 말에 속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박 씨에게 접근해 “캄보디아에 가면 동료들이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출국을 유도한 대포통장 모집책 일당 일부를 검거했다.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모두 내국인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붙잡은 조직원을 통해 총책까지 추적 중이며,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은신처를 옮기며 활동하는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필리핀의 단속 강화로 조직범죄 세력이 캄보디아로 이동하면서, 보이스피싱·불법 카지노·마약 거래 등이 집중되는 ‘범죄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취업을 유도한 뒤 감금·착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의 시신은 사망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로 송환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경찰 인력을 현지에 파견했지만,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가 늦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캄보디아대사관이 경찰청과 협력해 캄보디아 사법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고, 유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