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전교도소에서 수용자 폭행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가 조사 수용을 마친 직후 가해자의 친형이 있는 방으로 재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교정시설 내 폭행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독거실 배정 과정에서 수천만 원의 금품이 오가는 등 교정 행정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교정본부는 사건 은폐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맞으면 야간 근무자 있을 때 벨 눌러라”
12일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 대전교도소 내에서 수용자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폭행 이후 담당 교도관에게 방 분리를 요청했지만, 교도관은 “남자들끼리 그럴 수 있다”며 “또 폭행이 일어나면 내가 퇴근한 뒤 야간 근무자 있을 때 벨을 눌러 입방을 거부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또다시 폭행 사고가 발생했고, 대전교도소는 관련 수용자 5명을 조사 수용 조치했다.
이에 제보자는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 직원이 ‘없던 일로 하자, 대신 훈방 처리해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조사 수용을 마친 뒤 재배정된 방은 가해자의 친형이 수용 중인 거실이었다.
이에 대해 대전교도소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사안이 중한 3명은 금치 처분, 2명은 훈계 처분을 받았고, 직원이 훈방을 제안해서 제보자가 훈방을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가해자의 친형과 같은 방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 피해나 불이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도소는 공범 한 방 배정까지… ‘위법’ 논란
이 같은 방 배정 문제는 다른 교정시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수원구치소에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40대 A씨가 입소 과정에서 공범 B씨와 같은 방에 배정됐다. 구치소는 일주일 뒤 두 사람의 공범 관계를 인지하고서야 분리 조치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1조는 “미결수용자로서 사건 관련자는 분리 수용하고 서로 접촉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그럼에도 동일 사건 피의자를 한 거실에 배정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 교정시설에서 근무 중인 한 교도관은 <더 시사법률>에 “방 배정은 계장·과장 결재 절차를 거치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수용자 간 관계나 안전을 고려한 세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반복되는 ‘솜방망이 징계’
교정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리 실패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교정당국이 폭력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교정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는 결국 폭행으로 인한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부산구치소에서는 수용자 A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후 사망했다.
병원 측은 사인을 ‘복부 장막 파열’로 진단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발로 차이거나 복부를 가격할 때 발생하는 손상이다.
잇따른 사고에도 교정본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법무부의 형식적 징계와 책임 회피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인천구치소에서는 재소자 2명이 동료 수용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당시 법무부는 보안과장 등 직원 5명을 징계했지만, 이 중 2명은 ‘주의’, 3명은 ‘시정 및 경고’에 그쳐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산구치소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사건이 터질 때마다 뒤늦은 대응에 그치는 한 구조적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독거실 배정 금품 비리까지… 교정 행정의 구조적 부패 우려
방 배정 과정이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지난 7월 서울구치소에서는 교도관이 수용자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1인 독거실로 배정해 준 사건이 적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독거실 배정 비리가 방 배정 전반의 불투명한 운영과 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안임에도 교정본부가 사실상 폭행과 인권침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결국 반복되는 폭행과 사망 사건의 근저에는 방 배정 및 관리 체계의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부산구치소 사망 사건 역시 하루 만에 벌어진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무책임 속에서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교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방 배정 절차의 투명화, 수용자 인권 보호 매뉴얼의 실질적 시행이 필요하다”며“법무부의 형식적 징계와 책임 회피 관행이 지속되는 한, 유사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