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폭행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구치소의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구치소의 수용률은 158.1%로 전국 55개 교정시설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인천구치소(155.7%), 광주교도소(152.4%)가 뒤를 이었으며, 정원을 밑도는 시설은 전국에서 단 5곳에 불과했다.

부산구치소의 수용률은 2021년 113.5%에서 올해 158.1%로 44.6%포인트나 급증하며 증가 폭에서도 가장 높았다. 정원 1480명 규모의 시설에 실제 수감자는 2200여 명에 달했고, 여성 수감자 수용률은 200%를 넘겼다.
과밀 수용 사태가 심화되자 부산구치소는 지난 1월 검찰과 경찰, 법원에 ‘구속영장 청구를 신중히 검토하고, 보석이나 구속 집행정지 등 석방 요청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다. 코로나19 이후 교정시설이 외부 기관에 구속 자제를 공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3년에 문을 연 부산구치소는 시설 노후화까지 겹쳐 재소자들의 안전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7년에는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과밀 수용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산고법이 정부에 150만 원, 300만 원의 배상을 각각 명령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폭행 사망사건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불러온 비극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7일 부산구치소 내 수용실에서 20대 재소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복부에 강한 둔력’으로 확인됐다. 과밀한 수용 환경 속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는 점에서 재소자 인권 보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구치소의 과밀 문제는 단순히 인권 차원을 넘어 사법 절차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용 인원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법원이 수감 결정을 내릴 때마다 구치소 운영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정당국은 교정시설 신축·이전과 수용동 증·개축, 모범수형자 가석방 확대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특히 부산구치소 이전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됐지만 지역 정치권과 주민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입지선정위원회가 강서구 내 통합 이전안을 권고했으나,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못한 채 논의가 멈춰 있는 상황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단순히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재소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법무부가 과밀 수용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자료 제출조차 꺼리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화와 부산시의 협력이 없이는 이전 문제도 진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