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의 법적 효력, 어디까지 인정되나…판례로 본 감형 기준

단순 출석만으로는 감형 불가…
‘범행 고백’과 ‘처벌 수용’이 요건

 

운전 중이던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수배 중이던 50대 남성이 술자리 끝에 파출소를 찾았지만, 법원은 이를 ‘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순한 출석만으로는 법률상 감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7월 11일 새벽 0시 16분께 광주 동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 운행 경로 문제로 운전자 B씨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 제1항의 ‘운전자 폭행죄’다. 해당 조항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간 폭행이 아니라, 교통질서와 시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 운전자·승객·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므로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3.26. 선고 2014도13345 판결).

 

또한 ‘운행 중’의 개념은 실제 주행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시 정차 중이라도 계속 운행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폭행이 발생했다면 ‘운행 중’으로 본다는 것이 판례 입장이다(대법원 2021.10.14. 선고 2021도10243 판결).

 

A씨는 1심 재판 중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도주했다가 이후 파출소에 자진 출석했지만, 법원은 이를 자수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전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피해자의 안전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제3자의 생명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뒤,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수배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파출소를 찾았다”며 “이는 범죄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자수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A씨가 직접 파출소에 갔더라도 형법 제52조의 자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제52조는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수를 단순한 출석이 아닌, 범죄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그 처벌을 감수하려는 진정한 의사가 있어야 성립한다고 본다(대법원 2012도15227 판결 등).

 

곽 변호사는 “A씨는 지인에게 자신의 수배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과시 목적이었을 뿐, 스스로 범행을 고백하고 처벌받겠다는 의사가 없었다”며 “이 경우 형식적 출석만으로는 자수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