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을 살해한 뒤 1년 넘게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숨기고 피해자 명의로 대출까지 받은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오진세)는 20일 살인과 사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A씨(41)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B씨(40대)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김치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접속, 8800만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B씨의 동생이 “언니가 1년간 메신저로만 연락한다”며 실종 의심 신고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같은 날 오후 군산시 수송동에서 긴급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그의 진술에 따라 과거 B씨와 함께 거주하던 빌라에서 냉장고 속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후에도 메신저 답변, 월세 납부 등 피해자의 일상 행적을 가장하며 범행을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신을 숨기기 위해 직접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유사한 범행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5년 1월 16일 창원지방법원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금융사기까지 저지른 사건에서 주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2024고합161 판결). 당시 법원은 “범행의 잔혹성과 계획성, 인명 경시 태도가 극히 중대하다”며 엄중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161조 제1항은 사체·유골·유발을 유기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며, 시신을 은닉하거나 사회적 장례질서를 심각히 침해한 행위를 사체유기로 본다.
이외에도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 등 사용사기)는 권한 없이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양형을 결정함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가 다수 존재한다”며 “무엇보다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를 살해하고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신을 생활공간 내 김치냉장고에 은닉한 행위는 인간의 생명을 극도로 경시한 반인륜적 범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신을 숨기기 위해 냉장고를 직접 구입하고 피해자인 것처럼 메신저를 보내거나 월세를 납부한 점 등은 치밀한 은폐 시도로 죄질을 더욱 무겁게 한다”며 “살해 후 피해자 명의로 8800만 원을 대출받은 행위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범행 동기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