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고소를 뒷받침하기 위해 피고소인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동의 없이 제출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허씨 부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5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CCTV 원본 제출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씨 부부는 2021년 3월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입주민 A씨가 입주자대표회의 명의 공고문을 훼손하고 다른 공고문을 게시했다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A씨의 게시 장면이 담긴 CCTV 원본을 함께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인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로 보고 기소했다.
1심은 “형사처벌할 정도의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영상 속 인물은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라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는 제공할 수 없고 제공 시에는 모자이크 등 비식별 조치가 필요하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소 내용을 입증하려는 목적으로 피고소인의 모습이 담긴 CCTV 원본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소한 A씨는 기소돼 처벌을 받았고 고소행위에는 공익적 측면이 있다”며 “해당 영상은 수사기관이 고소대상자를 특정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 정보로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 따르면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정한다. 또 같은 법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조항을 근거로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대법원이 형법 제2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 법리를 적용해 CCTV 제출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곽 변호사는 “이러한 자료 제출이 민사소송 등 사적 분쟁에 활용될 때는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천지법은 2023년 9월 판결(2022구합54065)에서 “원고가 범죄수사와 무관한 민사소송에 CCTV 출력물을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한 행위”라며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가 없는 이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곽 변호사는 “CCTV 영상 제출은 사안에 따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불가피한 경우라면 공익 목적 여부를 확인하고, 제3자의 개인정보는 비식별 조치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