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건의 크기보다 사람의 진심을 봅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변호사님께서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자퇴하시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 최우수로 졸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학대학에 진학 후 법조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독특한 이력이네요.


A. 네, 일반적인 길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정해진 틀 안에서 사는 삶’에 맞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했어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최우수로 졸업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성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학부 시절 서강대학교 제35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이력도 있는데요, 비운동권 출신으로는 최초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조직’이나 ‘제도’보다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민이 결국 지금의 법조 철학으로 이어졌죠. 

 

Q.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신 후에는 공익법무관으로 일하셨는데 그 경험이 변호사로서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A. 공익법무관 시절의 경험을 저는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3년간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했었는데요, 그곳에서 매일 수십 명의 민원인을 만나고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임금체불 근로자, 사기 피해자, 억울한 피의자들 등….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법이 진짜 필요한 곳은 화려한 회의실이 아니라 현실의 가장 낮은 곳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그 시절 이후로 저는 법을 ‘무기’로 쓰기보다 ‘사람을 구하는 언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제 원칙입니다.


Q. 이후엔 ‘법무법인 태율’을 설립하셨습니다. 어떤 철학으로 시작하셨습니까?


A. 태율은 2015년 제가 직접 설립한 법무법인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큰 사건보다는 ‘사람 중심의 사건’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형사사건, 명예훼손, 업무방해, 스토킹, 억울한 기소 같은 문제들에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사람의 인생을 되돌릴 수 있는 한 문장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Q.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변호사님만의 법조 철학을 세운 전환점이 있을까요?


A. 기억에 남는 사건은 많지만 특히 두 가지 사건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하나는 2017년에 있었던 모 기업 내 성폭행 사건입니다. 저는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작고 외로운지를 체감했습니다. 그 사건은 법의 정의가 사회의 정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2024년 모 변호사가 유명 블로거에게 허위 고소를 종용했던 무고 교사 사건입니다. 저는 해당 변호사를 고발했고, 결과적으로 변호사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은 무고 혐의로 피소됐지만 무혐의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제게 ‘정의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확신을 줬습니다.


Q. 변호사님이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하셨던 점도 인상적입니다.


A. 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킴킴변호사’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법을 어렵고 무겁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법을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결국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고, 제 컨텐츠를 통해 법을 공부하지 않은 분들도 형사절차나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같은 주제를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저를 찾아주셨는데요, 단순히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로 만났다기보다는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동료였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는 기업 및 단체 자문도 하고 계신다고요.


A.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반포주공 1·2·4주구 상가협의회 법률고문으로 지역사회 자문도 맡고 있는데요, 기업 사건은 사람의 권리뿐 아니라 조직의 명예와 책임이 걸려있기 때문에 훨씬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법리의 논리’와 ‘현실의 감각’을 함께 보는 변호사를 지향합니다. 그 두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법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란 어떤 사람입니까?


A.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법정에서는 논리가 이기지만 인생에서는 진심이 이깁니다.


저는 사건의 크기보다 사람의 무게를 보고 일합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마지막 희망이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현실을 기반으로 정의를 세우는 변호사, 그리고 사람의 삶을 되돌리는 법조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저는 언제나 현실을 보고 그 위에 정의를 세웁니다.